뷰페이지

[이주원기자의 軍 고구마] 코로나19 경각심 없는 軍 기강해이…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주원기자의 軍 고구마] 코로나19 경각심 없는 軍 기강해이…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주원 기자
입력 2020-04-25 10:00
업데이트 2020-04-25 1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조용한 육군 부대
조용한 육군 부대 육군 한 부대 정문 앞이 코로나19로 한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대구에 파견을 갔던 군 의료지원단의 임무가 종료됐다. 160명으로 구성된 군 의료진은 지난 2월 23일부터 대구에 투입돼 고단한 의료지원을 했다. 갓 임관한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코로나19 방역에 몸을 던질 동안 한편에서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5일 경기 육군 모 부대 중위가 대대장(중령)과 노래방에 가 만취 상태로 여성 민간인을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또 같은 부대의 대위는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옷을 벗고 노숙을 했다. 이에 더해 많은 간부가 최근 음주운전을 일삼아 비판을 받았다.

주한미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주한미군 군사경찰 소속 병사 3명은 부대 내에 구멍을 만들어 몰래 술집을 다녀온 엽기적인 일탈을 벌였다. 지난 5일에는 중사 1명과 병사 3명이 부대 밖 술집에 다녀와 징계를 받았다.

또 자가격리 중 군부대 내 매점(PX)을 방문한 주한미군 하청업체의 미국인 근로자와 부대 밖 술집을 방문한 육군 소속 민간인도 있었다. 일부 주한미군 장병들은 주한미군이 선정한 부대 위험지역을 다녀오고 나서도 부대에 거짓으로 보고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최근 코로나19에도 연일 발생하는 기강해이에 흔들리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등 군 수뇌부가 특단의 경고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를 무시하듯 연일 사고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수십 만명이 모인 군 부대에서 개인의 일탈이 아예 없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군 기강해이에 대해 어느 때보다 비판이 큰 이유는 코로나19라는 현 상황 때문이다. 대규모 인원이 밀집한 군 특성상 부대에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전쟁이나 전투가 아닌 질병으로 발생한 ‘비전투손실’은 전력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2월 들어 군내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한미 군 당국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우선 전 장병의 승인되지 않은 부대 밖 이동을 금지했다. 한미 군 당국 모두 필수적인 업무를 제외한 부대 밖 이동을 금지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 전 장병의 휴가와 외출·외박을 금지했으며 음주 회식과 동아리 활동 등도 자제 방침을 내렸다.

주한미군에서도 코로나19 공중 보건지침을 하달하며 기민하게 반응했다. 대구 등 위험지역 방문과 장병의 이동을 금지했고 영내 학교 등의 시설도 폐쇄했다. 주한미군 부대가 밀집한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경우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은 지침위반자에 대해 강력한 후속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우선 사건·사고를 되도록 숨기려 하는 한국군과는 달리 지침위반자의 일탈 행위와 처벌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또 지침위반자의 급여를 몰수하거나 계급 강등도 이뤄진다. 울타리 구멍을 만들어 술집에 다녀온 일병과 이등병은 훈련병으로 강등하고 2달간 1732달러(약 213만원)를 몰수했다. 또 45일간 이동 금지와 45일간 추가 근무도 명령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지침을 어긴 간부들에 대해서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지시불이행’을 근거로 처벌이 이뤄진다. 다만 이 경우 근신이나 견책, 경고 등 주한미군이 내리는 처벌에 비해서는 미미하게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관례대로의 약한 처벌이 아닌 더욱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군만큼의 강한 처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미군은 각종 복지 등의 혜택이 한국군과 비교할 수 없어 그만큼 개인의 일탈에 큰 책임을 부여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병제를 택한 것도 다르다. 모병제를 택한 일부 외국 군대는 병사들이 한국의 초급 간부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기도 한다.

또 코로나19로 장병들이 평소보다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도 경각심 제고보다는 가뜩이나 침체된 사기를 더욱 꺾을 수 있어 처벌을 강화하기에는 어렵다는 군내 분위기도 존재한다.

국방부는 이번 일탈 행위가 속출함에 따라 전담팀을 구성해 특별점검에 나섰다. 정 장관도 지난 19일 전군 지휘서신을 통해 군기강을 강조했다. 다만 현재 이뤄지는 일련의 후속 조치들이 ‘뒤늦은 군기잡기’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이들의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대책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현 상황에서 발생하는 기강해이를 예전처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만 규정하는 것은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일탈을 방지할 수 있는 눈에 띄는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8주동안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군 의료지원단이 일부 장병들의 경각심 없는 일탈 행위를 접하고 과연 어떤 생각을 가졌을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