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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도입했는데 ‘죽은 표’는 오히려 200만표 늘어

준연동형 도입했는데 ‘죽은 표’는 오히려 200만표 늘어

강병철 기자
입력 2020-04-20 15:40
업데이트 2020-04-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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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석 반영 안된 사표(死票) 427만표20대 총선보다 200만표가량 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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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패배 고개숙인 민생당 손학규
총선패배 고개숙인 민생당 손학규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사죄인사를 하고 있다. 2020.4.16
연합뉴스
국회에 다당제를 안착시키는 한편 유권자 표심이 의석에 반영되지 않는 ‘사표(死票)’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 도입한 이번 4·15 총선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오히려 지난 20대 때보다 더 많은 사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입성을 노린 군소 정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거대 정당의 비례위성정당들이 대부분 표를 흡수하면서 군소 정당 지지표는 모두 사표가 된 것이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 총 투표수는 2912만 6396표로 이 중 2485만 6070표(85.3%)가 실제 의석 확보로 이어졌다.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이 받은 표들이다.

반면 전체 투표수의 14.7%인 427만 326표는 단 하나의 의석으로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35개 정당 중 공직선거법상 의석 배분 진입 장벽인 ‘3% 득표’를 하지 못한 30개 정당에 던져진 표들이다. 민생당이 얻은 75만 8778표(2.71%)가 대표적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선거 총 투표수 2443만 746표 중 의석 확보에 기여하지 못한 표는 232만 5267표(9.5%)였다. 이번 선거에서 의석 확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표가 200만표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대표 투표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군소 정당들에게 더 많이 돌아갈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1·2당의 비례위성정당들이 3분의 2가 넘는 표를 가져가며 오히려 노동당, 녹색당 등 원외 정당의 득표는 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간 표는 약 57%였다.

정치평론가인 서경선 행동경제연구소장은 “급조된 군소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지 못해 도태된 측면도 있지만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으로 표가 쏠리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자체가 훼손된 면이 있다”면서 “애초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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