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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꽉 막히는 ‘유령정체’… 감염병 확산과 닮았다고!

갑자기 꽉 막히는 ‘유령정체’… 감염병 확산과 닮았다고!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4-08 17:26
업데이트 2020-04-0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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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호주 연구팀 ‘SIR’ 교통분석

통계분석으로 ‘교통사고 유발자’ 추적
6개도시 정체·해소 패턴의 일관성 확인
감염병 유행 패턴과 교통상황 똑같아
英 “남성 운전자 사고유발 여성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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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차선의 차가 더 빨리 가는 듯싶고 뻥 뚫려 있던 도로가 갑자기 꽉 막히는 ‘유령정체’ 현상 등 교통정체와 해소 과정을 감염병 확산모델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활용하면 기존 교통공학적 해법과는 다른 새롭고 실질적인 교통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옆 차선의 차가 더 빨리 가는 듯싶고 뻥 뚫려 있던 도로가 갑자기 꽉 막히는 ‘유령정체’ 현상 등 교통정체와 해소 과정을 감염병 확산모델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활용하면 기존 교통공학적 해법과는 다른 새롭고 실질적인 교통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우리 모두는 매일 수학을 사용합니다. 날씨를 예측할 때, 시간을 말하고 돈 계산을 할 때. 수학은 방정식이나 수식 이상입니다. 논리이고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2000년대 초 수학을 소재로 한 미드 ‘넘버스’가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대사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 많은 것들이 수학적 원리로 작동하고 우리도 모르게 수학을 사용하고 있다. 요즘처럼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때에는 최전방에서 의료진과 전염병학자들이 활동하고 수학으로 무장한 과학자들이 감염병의 확산 추이를 계산하고 예측해 의료진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후방지원에 나선다.

바이러스 같은 생물체의 움직임과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과학자들은 수학이라는 무기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통합교통혁신연구센터(rCITI), 모나시대, 이란 KN투시공과대, 미국 존스홉킨스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공동연구팀은 교통 정체와 해소 과정은 감염병 확산·소멸 과정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8일자에 발표했다.

운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옆 차로의 차들이 내가 있는 차로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 같고 뻥 뚫려 있던 도로가 갑자기 꽉 막혀 주차장처럼 변했다가 다시 뚫리는 유령정체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도로를 만들거나 확장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교통 분야를 연구하는 공학자나 물리학자, 수학자, 실험심리학자들은 ‘교통은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아서 예측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연구팀은 감염병 확산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SIR’ 모델을 이용해 교통 분석에 도전했다. SIR 모델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보여 주는 그래프이론과 행렬로 감염가능자(S)와 감염자(I), 회복자(R)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전염병이 어떻게 확산되고 소멸되는지를 보여 주는 수학적 기법이다.

연구팀은 우선 실시간 교통상황분석 소프트웨어로 얻은 호주 멜버른 시내의 오전 러시아워인 오전 6~10시의 교통데이터를 바탕으로 SIR 교통모델을 시험했다. 이후 멜버른, 시드니,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시카고, 캐나다 몬트리올 등 6개 도시의 하루치 구글 교통데이터를 SIR 모델에 적용한 결과 서로 떨어져 있는 지역들이지만 교통 정체와 해소 패턴은 일관된 경향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처음에 감염자가 서서히 생겨나다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고 치료된 사람들이 늘면서 감염병 유행이 잦아드는 감염병 확산 패턴처럼 교통 상황도 똑같다는 설명이다.

미애드 사베리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SIR 모델을 교통 분야에 적용한다면 기존의 도시공학적 분석에 따른 대책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전 중 표출되는 공격성에서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가졌던 이 문제에 대해 과학자들은 남성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훨씬 분노를 쉽게 표출하고 더 위험한 존재라는 결론을 내놨다. 픽사베이 제공
운전 중 표출되는 공격성에서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가졌던 이 문제에 대해 과학자들은 남성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훨씬 분노를 쉽게 표출하고 더 위험한 존재라는 결론을 내놨다.
픽사베이 제공
한편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건축도시학부, 케임브리지대 MRC 생물통계학연구단, 식습관·생활습관연구센터(CEDAR) 공동연구팀은 통계 분석으로 남성 운전자들이 여성 운전자들에 비해 더 위협적이고 위험하며 실제 사상 사고도 더 많이 일으킨다고 이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부상 예방’ 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내 각종 도로 및 교통 관련 통계를 바탕으로 자전거, 자가용 및 택시, 밴, 버스, 화물차, 오토바이 등 6종의 교통수단이 얼마나 많은 교통사고를 유발하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남녀 성별에 따른 사고 유발 정도 차이에 주목했다.

그 결과 사상자 비율이 가장 낮은 교통수단은 자전거로 나타났으며 가장 위험한 것은 오토바이로 조사됐다. 또 연구팀은 운전자의 성별에 따른 사고 정도와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6개 교통수단 중 자전거를 제외한 5개에서 남성 운전자가 여성 운전자보다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동차나 밴의 경우는 2배, 화물차는 4배, 오토바이는 10배 이상 사고율과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이끈 레이철 알드레드 웨스터민스터대 교수는 “남성 운전자들에 대한 교통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화물차나 택시, 버스 같은 상업적 교통수단에서 여성 운전자의 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등 성균형을 맞추기 위한 교통정책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4-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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