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보다 ‘감원’이 더 무서운 직장인들… 2명 중 1명 “고용불안”

입력 : ㅣ 수정 : 2020-03-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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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 여전
31% “권고사직·희망퇴직 목격·경험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새달 임원 급여 반납
일부 호텔은 파견직 당일해고 통보 논란


고용지원금 90% 확대 불구 실효성 의문
48%가 고용보험 미가입… 혜택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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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發) 고용 대란’이 산업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직장인의 절반 이상은 무급휴직과 권고사직 강요에 떨고 있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항공업계는 간신히 목숨만 붙어 있는 형국이다.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모든 임원이 급여를 최대 50% 반납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다음달 임원 급여의 60%를 반납한다. 직원들의 무급휴직 기간도 최대 15일까지 늘려 절반의 인원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한 이스타항공은 이달 월급 지급도 미뤘다.

공항 면세점과 호텔 등에 파견된 근로자들은 ‘감염’보다 ‘감원’이 더 두렵다. 지난 12일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인천공항점은 수송업무 담당 직원들에게 당일 해고를 통보해 불법 해고 논란이 일었다. 공항면세점 판매직원들도 심각하다. 최근 인천공항을 제외한 김포·제주공항 면세점 등이 아예 문을 닫으면서 롯데면세점 본사 직원마저 급여의 70%만 받고 있다.

올 1분기 수천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정유업계도 흔들리고 있다. 높은 연봉과 안정성으로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에쓰오일마저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 등은 공장가동률을 85~90%로 낮춘 가운데 추가로 더 낮출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 23~27일 1만 9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5%가 ‘고용 불안을 실제로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31%는 ‘경제 위기로 권고사직·희망퇴직을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고용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은 업계는 여행(93%)과 항공(90%)이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26일 “고용유지지원금 한도가 하루 6만 6000원, 월 198만원인데 급여 수준이 높은 장기 근로자는 기업 부담이 매우 크다. 한시적으로 상한선을 하루 7만 5000원, 월 225만원으로 높여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매출액 급감으로 지불 여력이 없는 영세 소상공인은 전액(100%) 지원하고, 중견기업은 80%까지 상향 조정해 지원해줄 것을 제안했다.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달 기준 138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2639만명)의 52%밖에 안 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용직 노동자, 과외 선생님 등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부문을 감안하면 지금 통계는 과소 평가된 것”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L자형 장기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비상 고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20-03-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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