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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말대로 올림픽 1년 연기… 스포츠계 美패권 재확인

트럼프 말대로 올림픽 1년 연기… 스포츠계 美패권 재확인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0-03-25 17:36
업데이트 2020-03-2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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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년 연기 언급 11일 만에 그대로

정상 개최 고집하던 아베·IOC 두 손 들어
트럼프, 아베와 통화서 “매우 훌륭한 결정”
美, 슈퍼스타들 보유… 불참 땐 흥행 타격
올가을 연기도 NBA·NFL 등과 겹쳐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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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카운트다운’ 사라진 전광판
도쿄올림픽 ‘카운트다운’ 사라진 전광판 25일 일본 도쿄역 앞 행인들이 도쿄올림픽 카운트다운 숫자가 사라지고 대신 오늘의 날짜와 시간만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1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 개막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쿄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24일 밤 도쿄올림픽 ‘1년 연기’에 합의한 것을 놓고 미국의 세계 패권국 지위가 국제 스포츠계에서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림픽 1년 연기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처음으로 내놓은 의견인데 결과적으로 11일 만에 그대로 실현됐다는 점에서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해야 한다. 여기저기 아름다운 건물을 지었는데 텅텅 빈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하는 건 애석한 일”이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올림픽 연기 여론이 있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1년 연기를 거론한 주요 인사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이후 연기론이 더욱 확산됐음에도 IOC는 17일 긴급회의에서 정상 개최 의지를 거듭 표명했고 일본 정부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버텼다. 그러자 캐나다, 호주, 영국 등 미국의 우방국과 미국육상협회 등 주요 종목 단체에서 1년 연기론을 잇따라 주장하며 올해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고 결국 IOC와 아베 총리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아베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올림픽 1년 연기 합의에 대해 “매우 현명하고 훌륭한 결정”이라고 찬사를 퍼부었는데, 이는 결국 자신의 영향력에 대한 찬사라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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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스타 킵초게 “도쿄올림픽 연기 환영”
마라톤 스타 킵초게 “도쿄올림픽 연기 환영”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25일 인스타그램에 “도쿄올림픽 연기는 매우 현명한 결정이다. 나는 내년 도쿄에서 올림픽 타이틀을 방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사진과 함께 올린 모습.
엘리우드 킵초게 인스타그램 캡처
정치, 경제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스포츠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6차례 올림픽에서 5차례 종합 1위를 차지하고 주요 종목에서 슈퍼스타를 보유한 미국이 불참한다면 올림픽 흥행이 치명타를 맞는 것은 물론 미국이 빠진 올림픽의 성적은 제대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일본은 내심 올해 가을에라도 올림픽을 열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 역시 미국의 반대로 불가능한 차선책이 되고 말았다. 가을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국 프로농구(NBA),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등 미국의 주요 스포츠가 최고 흥행을 이루는 시기여서 미국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 IOC의 최고 고객이자 미국 내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방송이 흥행이 겹치는 가을에 올림픽 중계를 찬성할 리 없다는 점도 가을 올림픽이 불가능했던 이유다.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엄밀히 말해 IOC는 민간기구이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의 우방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 게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0-03-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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