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로 추적 피했다?… 전문가 “초보 수준… 대부분 흔적 남겨”

입력 : ㅣ 수정 : 2020-03-2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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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공범 잡을 수 있을까
조주빈 이더리움 지갑서 자금 32억 포착
전문가 “국내거래소 역추적 시스템 완비
수천회 쪼개 송금한 회원들도 추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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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25·구속)이 성착취 영상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방 회원들에게 돈을 받는 데 이용한 ‘암호화폐 지갑’(계좌에 해당)이 공범을 잡는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계좌 등이 아닌 암호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삼았다. 다만 관련 전문가들은 조씨가 사용한 암호화폐 거래 기술이 전문적이지 않아 돈을 지불한 회원들의 추적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5일 검경 등에 따르면 현재 조씨가 주로 암호화폐 거래에 이용한 지갑은 모네로,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 3개로 알려져 있다. 이 주소는 조씨가 직접 ‘후원금을 입금해 달라’고 회원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조씨의 이더리움 암호화폐 지갑에서 32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씨의 암호화폐 거래 기법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 추적이 용이하다고 본다. 한 블록체인 업체 대표는 “조씨가 잡힌 것은 결국 본인이나 조력자 명의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했기 때문”이라면서 “차명 계좌를 이용해 익명성을 극대화해 추적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돈을 수천회 쪼개 여러 계좌를 거쳐 송금하는 방식을 사용해 자금 흐름의 추적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돈을 송금할 때 돈을 쪼개고 여러 계좌를 거쳐 추적을 어렵게 하는 것을 ‘믹싱’이라고 하는데, 조씨 등이 사용한 믹싱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라 추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씨의 암호화폐 지갑이 드러난 상태인 데다 조씨의 텔레그램방 회원들이 대부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대부분 추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씨가 활용한 모네로는 잔액과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 없도록 설계됐지만 국내 거래소를 통해 이용자들이 조씨 등에게 건넸고, 거래소에 ‘흔적’이 남아 있다.

김 센터장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기록을 기반으로 조씨의 지갑으로 송금한 송금자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한동수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도 “블록체인의 기본 원리상 암호화폐를 주고받은 기록은 모두 남는다”면서 “조씨라는 타깃을 기점으로 역추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다 완비돼 있다”고 전했다. 현재 거래소들은 경찰의 수사에 협조해 관련 거래내역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해 송금했거나 개인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거래했다면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가 국내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대부분 회원들 또한 암호화폐 전문가가 아니고 빨리 방에 들어가 영상 등을 보는 것이 목적으로 보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20-03-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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