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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던진 담배꽁초가 35년 전 추악한 범행 드러내

차창 밖으로 던진 담배꽁초가 35년 전 추악한 범행 드러내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3-23 08:03
업데이트 2020-03-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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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사콜라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펜사콜라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35년 전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이 무심코 차창 밖으로 던진 담배 꽁초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미국 플로리다 경찰이 영구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한 토냐 맥킨리(당시 23세) 사건의 진범으로 펜사콜라에 사는 다니엘 웰스(57)를 지난주 체포했다고 영국 BBC가 22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일급 살인과 일급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에스캄비아 컨트리 교도소에 수감됐다.

맥킨리는 1985년 1월 1일 목 졸라 살해된 뒤 성폭행 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젖먹이 아들을 남겨둔 채 처참히 스러졌다.

당시 경찰은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전날 밤 레스토랑에서 신년 제야 파티를 함께 했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으나 어떤 용의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경찰 성명은 “어느 정도 물리적 증거도 있었고 수십 차례 인터뷰도 진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마리는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아들은 엄마 없이 성장했고, 부모들은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딸을 묻었으며, 살해범은 자유롭게 활보했다”고 개탄했다.

영원히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경찰이 그녀의 시신 주변에서 수거된 담배 꽁초에서 검출된 DNA 정보를 무료로 공개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의 DNA 샘플과 일일이 대조한 결과 진범을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 4월 캘리포니아주의 형사들이 악명 높은 골든스테이트 콜드케이스(영구 미제) 연쇄살해범으로 40여년 만에 조지프 제임스 드안젤로를 검거했을 때 사용한 방법이다. 드안젤로는 무려 12명을 살해하고 45건의 성폭행을 저질렀다.

데이터베이스 대조 결과 처음에는 웰스의 먼 사촌들이 지목됐다. 경찰은 가계도를 살펴 용의자를 좁혔는데 웰스의 유전자 샘플을 얻을 수 없었다. 잠복 근무하던 중 그가 무심코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졌고, 경찰이 수거해 대조한 결과 맥킨리의 시신 근처에 있던 증거와 일치했다.

맥킨리의 자매인 르네는 N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진범이 검거되는 일이 벌어질지 정말 몰랐다. 내 평생 이런 일이, 35년 뒤에나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서른다섯 살이 된 아들 티모시 데이비슨 주니어는 데일리 비스트 인터뷰를 통해 진범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지만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정의가 이뤄져야만 (어머니의 비극이) 완전히 끝났다”고 느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꿈을 꾸는 것만 같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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