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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올림픽위 이사 “도쿄올림픽 연기해야, 선수들 훈련 불가능”

일본올림픽위 이사 “도쿄올림픽 연기해야, 선수들 훈련 불가능”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3-21 02:05
업데이트 2020-03-21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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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강행 의문” 내부서 첫 연기 발언…日복싱연맹 회장도 “1년 연기가 최선”

88올림픽 유도 ‘동’ 야마구치 이사 “선수들 위험에 빠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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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남자유도 금메달리스트 노무라 타다히로(오른쪽)와 여자레슬링의 요시다 사오리가 20일 일본 미야기현 마쓰시마 항공자위대 공항에 도착한 도쿄올림픽 성화를 대형 성화봉에 옮겨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남자유도 금메달리스트 노무라 타다히로(오른쪽)와 여자레슬링의 요시다 사오리가 20일 일본 미야기현 마쓰시마 항공자위대 공항에 도착한 도쿄올림픽 성화를 대형 성화봉에 옮겨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올해 7~9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예정대로 하겠다고 밝힌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내부에서 “선수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훈련을 계속할 수 없다”며 연기에 힘을 싣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야마구치 가오리(56) JOC 이사는 20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수들이 만족스럽게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오는 27일 예정된 JOC 이사회에서 연기하자는 의견을 밝힐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선수단을 파견하는 JOC의 이사가 올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처음이라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유도(52㎏급) 동메달리스트다. 그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예정대로 7월 개막을 고수하고 있는 IOC에 대해 “선수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마구치 가오리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이사
야마구치 가오리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이사 야마구치 가오리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이사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미국 상황보면 선수들 훈련 계속 할 수 없다”
“IOC, 선수와 다른 곳 봐” 연기·취소 손실만 우려 지적

SMBC닛코증권 “올림픽 중단시 88조원 경제 손실 추정”


야마구치 이사는 “언론 보도 등으로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을 보면 선수들이 훈련을 계속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 “이런 가운데 준비를 계속해 달라고 하는 IOC는 선수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OC가 선수들의 안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연기·취소에 따른 손실만 우려한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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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출발한 ‘2020 도쿄올림픽’ 성화가 20일 일본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 마쓰시마 항공자위대 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리스에서 출발한 ‘2020 도쿄올림픽’ 성화가 20일 일본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 마쓰시마 항공자위대 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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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올림픽위원회 ‘선수들 건강과 안전을 위험하게 할 수 없다’
영국 올림픽위원회 ‘선수들 건강과 안전을 위험하게 할 수 없다’ 영국올림픽위원회(BOA)가 오는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험하게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사진은 영국올림픽위원회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입장문. 2020.3.20 [BOA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연기·취소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SMBC닛코증권은 도쿄올림픽 개최가 중단하면 약 7조8000억엔(약 88조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 전국의 지자체에서 올림픽 개막 전에 합숙 훈련을 하려던 각국 선수단의 취소 요청이 잇따르고, 오는 26일 시작되는 일본 내 성화 봉송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점도 연기를 주장하는 이유로 들었다.

이날 그리스에서 채화된 도쿄올림픽 성화가 특별수송기편으로 일본 미야기현의 항공자위대 마쓰시마 기지에 도착했다. 지난 12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이 성화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리스 내 봉송 행사가 이틀 만에 중단되면서 곧바로 아테네로 옮겨졌다. 아테네 중심부의 파나시나이코 경기장에 안치됐던 성화는 19일 개최 도시인 도쿄도가 인수했다.

동일본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대응 본부가 설치됐던 J빌리지에서 열리는 성화 출발식은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이 없는 상태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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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될까
코로나19 속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될까 마스크를 쓴 일본의 한 직장인이 18일 2020 도쿄올림픽 엠블럼이 그려진 간판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0.3.18
EPA 연합뉴스
야마구치 “IOC 연기 판단 시한 제시해야…
무리한 개최 강행, 올림픽 자체에 의문 생길라”

“올림픽 이념대로 세계인이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열어선 안돼”
성명 발표하는 바흐 위원장
성명 발표하는 바흐 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4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논의한 뒤 “7월 24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잔 AFP 연합뉴스
야마구치 이사는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한다는 이념을 내걸고 있는 올림픽은 세계인이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열어선 안 된다”면서 “무리하게 개최를 강행해 올림픽 자체에 의문을 들게 하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IOC가 지난 17일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종목별 국제경기연맹 대표자들과 화상 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에서 대회 개막까지 4개월 이상 남은 현 단계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IOC가) 당장 연기를 결정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해도 언제까지 판단하겠다는 시한은 제시해야 한다”며 더위 대책을 명분으로 마라톤·경보 경기 장소를 도쿄에서 삿포로로 지난해 갑자기 바꾼 것과 같은 느닷없는 발표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바흐 위원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결정을 당장 내리지 않겠다고 전제한 후 “물론 다른 시나리오들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예정된 7월 개최를 희망하고 있지만,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던 이달 초에 비해 발언 수위가 누그러졌다.

야마시타 야스히로 JOC 회장은 이날 성화 도착식에서 바흐 위원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뒤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스포츠호치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현역 최장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딕 파운드(캐나다,78) 위원이 도쿄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IOC 제공
현역 최장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딕 파운드(캐나다,78) 위원이 도쿄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IOC 제공
“코로나19 싸움서 일본 지고 있는 사실 알아도 연기 말 못하는 분위기”
우치다 日복싱연맹 회장 “개최 시기 늦춰서라도 가장 좋은 환경서 개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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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도쿄의 오다이바 해양공원에 세워진 올림픽 오륜 조형물 인근을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0.3.10  로이터 연합뉴스
6일 일본 도쿄의 오다이바 해양공원에 세워진 올림픽 오륜 조형물 인근을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0.3.10
로이터 연합뉴스
야마구치 이사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열고 싶다’는 뜻을 밝힌 아베 신조 총리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야마구치 이사는 “전 세계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 7월 개최하는 것을 누가 반기겠느냐”면서 “전쟁에 비유되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일본이 지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JOC나 선수들 사이에는 연기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치다 사다노부 일본복싱연맹 회장도 20일 사견을 전제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1년 연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우치다 회장은 교도통신에 “개최 시기를 늦춰서라도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에서 올림픽을 개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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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에 비공개로 치러진 도쿄 올림픽 성화 인수식
코로나19 탓에 비공개로 치러진 도쿄 올림픽 성화 인수식 일본의 전직 여성 수영 선수 이모토 나오코가 19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성화를 인수하고 있다. 성화 인수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일부 취재진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졌다.
아테네 AP=연합뉴스 2020-03-20 09:39:19
“IOC가 올림픽 중지권고해야 일본 보험금 청구 가능”
경제관료 출신 日경제학자 “日 스스로 포기 상당히 어려워”

한편 일본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다케나카 헤이조 도요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일본 정부가 스스로 도쿄올림픽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로 보험금을 꼽았다.

다케나카 교수는 지난 9일 일본 매체 ‘프레지던트’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취소를 최종 판단하는 주체는 일반적으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여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보험금을 탈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다케나카 교수는 “IOC가 중지 권고를 해야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일본 스스로 올림픽 중지를 결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고이즈미 정권에서 경제재정·금융·총무 대신을 지냈다.
기자회견하는 아베 “올림픽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
기자회견하는 아베 “올림픽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극복하고 2020 도쿄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日 확진자 수 1728명… 지역사회 감염 1000명 넘겨
日 정부, 초중고 일제 휴교 요청 연장 안하기로 “아이들 학습 지연, 스트레스 증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0일 오후 9시 현재 누적 1728명으로 늘었다. 이날 새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51명으로 모두 일본 자국내 사례다. 일본 내 지역사회 감염에 해당하는 국내 사례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2명 늘어 42명이 됐다.

NHK가 후생노동성과 각 지자체의 발표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일본에서 감염됐거나 중국 등에서 온 여행객(국내 사례) 1002명,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712명, 전세기편 귀국자 14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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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총리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14  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총리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14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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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 피어 크루즈 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승선한 한 여성이 ‘의약품 부족’이라고 적힌 일장기를 내걸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일본 요코하마 다이코쿠 피어 크루즈 터미널에 정박해 있는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승선한 한 여성이 ‘의약품 부족’이라고 적힌 일장기를 내걸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달 2일부터 시작된 전국 초중고교 일제 휴교 요청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교도통신과 NHK가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음달 초 신학기부터 학교 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유의사항을 정리한 지침을 마련하도록 문부과학성에 지시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27일 전국 초중고교에 봄 방학이 시작할 때까지 일제 휴교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봄 방학은 3월 중·하순부터 4월 초까지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아이들의 학습 지연과 스트레스 증대 목소리도 듣고 있다”며 장기 휴교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도쿄 올림픽 오륜 앞 마스크 쓴 시민들
코로나19 도쿄 올림픽 오륜 앞 마스크 쓴 시민들 마스크를 쓴 일본 도쿄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 올림픽이 열리는 오다이바 해변공원의 오륜 조형물 앞을 27일 지나고 있다.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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