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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집단감염’ 미스터리…감염경로 추적해보니 [강주리 기자의 K파일]

해수부 ‘집단감염’ 미스터리…감염경로 추적해보니 [강주리 기자의 K파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3-19 17:37
업데이트 2020-03-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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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28명 열흘째 감염경로 몰라… “안이한 인식 속 ‘슈퍼 전파 조건’ 만족”

세종시 다솜2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 열흘이 흘렀다. 감염 경로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해수부 공무원은 19일 현재 28명. 이들 중 일부는 가족마저 감염돼 지역사회 불안을 고조시켰다. 해수부는 모든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795명)를 통해 291명을 자가 격리 조치하고 남은 인력의 15%만 출근을 하고 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도 확진자와 접촉돼 자가격리 중이다.
세종시 다솜2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가운데 방역을 위한 출입금지 안내가 붙어 있다. 세종 연합뉴스
세종시 다솜2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가운데 방역을 위한 출입금지 안내가 붙어 있다.
세종 연합뉴스
“신천지도, 줌바 댄스도, 대구·중국 방문도 아니다”
세종시 “심층 역학조사 중…카드·휴대전화·CCTV로 동선 확인 중”
세종시 온라인커뮤니티 “솔선수범은커녕 사기업보다 못한 대응”
코로나19 해수부 확진자 관계도
코로나19 해수부 확진자 관계도 코로나19 해수부 확진자 관계도. 2020-03-18
세종시청 제공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세종시청, 해양수산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수부 확진자들은 대구·경북지역,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고 줌바 댄스, ‘슈퍼 전파지’로 불리는 신천지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에는 신천지 신도와 교육생 775명이 있는데 명단과 거주지에 있는 가족들을 모두 확인한 결과 해수부 공무원들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염경로가 안 나오자 세종시 등은 잠복기 14일을 포함한 심층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세종시 관계자는 “부서 차원의 회식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카드 사용내역, 휴대전화 통화내역, 폐쇄회로(CC) TV를 추적해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체 확진자 41명 가운데 공무원(가족 4명 포함) 확진자는 35명으로 85%를 차지한다. 세종시 주요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청사 감염이 터지기 직전에도 마스크 없이 다니는 청사 공무원들에 대한 목격담과 원망의 글들이 잇따랐다.

네이버 ‘세종맘카페’에서는 “(해수부에서) 집단으로 감염자가 나온 건 좀 방심하지 않았나. 누구보다 공무원이 솔선수범했어야 한다”(신*), “2월말에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했었는데 해수부 확진자의 동선을 보니 사무실에서 마스크도 미착용했더라. (다수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구 신림동) 콜센터랑 뭐가 다른가”(나*달)라고 꼬집었다.

또 “청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전부터 청사 사람들이 너무 마스크를 안 써서 언젠가 터질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 지침이나 방향 제시도 못하고 사기업보다 못한 대응”(엄*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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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코로나19 방역, 건물 밖에 모인 공무원들
정부세종청사 코로나19 방역, 건물 밖에 모인 공무원들 11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건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작업으로 청사 밖에 모여 있다. 2020.3.11/뉴스1
확진자 8명 자가 격리 지침 위반 논란…증상 발현에도 마스크 미착용
증상 있는데도 검사 안 받고 수일간 자유로운 외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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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긴급방역’
해수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긴급방역’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0일 오전 방역 관계자들이 청사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2020.3.10 연합뉴스
실제 해수부에서는 확진자 8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에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식당 또는 사무실에 들른 사례가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이 지침은 법적 처벌을 받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조기 발견과 지역 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세종시와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선별검사자 주의사항’ 안내문에 ‘선별 검사자들은 검사 직후부터 반드시 자택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확진자 가운데 일부는 오전 9~10시쯤 선별 진료소를 다녀온 뒤 식당, 마트, 사무실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오후 늦게 귀가하거나 다음날에도 사무실에 나갔다.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무실에 있거나 증상 발현 이후 6일 동안 피부과, 미용실 등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닌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증상 발현에도 9일간 검사를 받지 않고 대형마트와 관광지 등 가족나들이를 하며 돌아다닌 공무원도 나왔다.

이는 신천지발 집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달 23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29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음에도 1만 5000여명이 상주하는 국가보안시설 청사 내 일부 공무원들은 매우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선별검사자 주의사항 안내문’
‘선별검사자 주의사항 안내문’ 세종시가 세종시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선별검사자 주의사항’ 안내문. 선별 검사를 받은 직후부터 반드시 자택격리를 해달라고 명시하고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세종시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세종시 홈페이지 캡처
민간 기업보다 위기에 느슨한 공직사회… 조직 리더십 부재 지적도
당시 삼성 등 민간 기업에서는 마스크 의무 착용과 구내식당에서 한 줄로 밥먹기가 진행됐고, 어린이집·학원 등은 휴원으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 출입을 삼갔다.

민간 기업보다 더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할 공직사회에서 조직의 리더십 부재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해수부 공무원들의 자가 격리 수칙 미준수에 대해 “정부의 신뢰가 깨졌다”고 질책한 뒤 “공직자 스스로가 정부정책과 규칙을 준수해야 국민들의 지지와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며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10일부터 지속적으로 자체 행동 지침을 내렸음에도 복무 규정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며 문책 방침을 밝혔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사무실 환기 어려운 구조… 실국 뚫려 있어 빠른 공기 중 전파 추정
수많은 민원인들이 오가는 청사, 감염 관리 취약
“일일 검사량 한계에 검사 받기도 어려워…확진자 접촉자 등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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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코로나19 총 확진자 11명
해수부, 코로나19 총 확진자 11명 12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6명 발생했다. 이날 세종시에서는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직원 6명, 국가훈처 직원 1명이 확진 됐다. 현재까지 세종시에서 발생한 총 확진자 수는 24명으로 이 중 세종청사 또는 세종시에서 확진된 공무원은 해양수산부 11명, 교육부 1명, 보건복지부 1명, 인사혁신처 1명, 국가보훈처 1명, 대통령기록관 1명으로 총 16명이다. 2020.3.12/뉴스1
해수부 사무실은 청사 구조적으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사무실이 배치돼 환기가 잘 되지 않는데다 실·국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뚫려 있어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사무실을 갖추고 있는 국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의 확진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공간 분리를 통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비말(침방울) 전파가 차단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많은 민원인들이 청사를 오가면서 감염 관리에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사 상주 인원을 포함해 청사를 오가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2만명에 이른다.

다른 부처들도 일일 검사량의 한계 때문에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 감염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세종시는 자동차에 탄 채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포함해 모두 4군데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당 최소 30분가량의 검사 시간이 소요되고 검체 채취 후 감염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배양시간도 6시간이 필요해 하루에 200~300명을 검사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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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분위기의 해양수산부
무거운 분위기의 해양수산부 어제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 11일 오전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2020.3.11
연합뉴스
“내가 부처 확진자 1번은 안돼야” 검사 꺼리는 공직사회
검사 안해 확진자 적은 일본처럼 음지서 바이러스 배양 가능성도

세종시 관계자는 “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원한다고 다 해줄 수 없다”면서 “확진자와 접촉자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검사해야 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검사 받기도 쉽지 않지만 부처에서 확진자 1번이 되면 조직에 민폐가 되기 때문에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소극적 검사로 확진자 수를 낮추고 있는 일본처럼 음지에서 바이러스가 배양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종시는 18일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8명, 해수부·국무총리실 등 다른 부처 관련 13건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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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본] 해양수산부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수정본] 해양수산부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해양수산부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10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7일 보건복지부 직원 1명 이후 두번째이다. 2020.3.10/뉴스1
“청사 사무실, 바이러스에 반복 노출돼 ‘슈퍼 전파’ 조건 만족 가능”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무실 내 감염은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배출 시기가 많은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슈퍼 전파 조건을 만족시켰을 수 있다”면서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와도 다음날 양성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위생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수부 41번 확진자는 지난 10일 1차 검사결과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17일 발열 등으로 재검사를 받은 뒤 양성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 교수는 “청사가 있는 세종시를 포함해 우리나라 지역사회 감염이 많이 이뤄진 상황이라 공무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감염 경로는 더욱 포괄적으로 봐야 하고 무증상자들이 많아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의미를 갖지 못하는 만큼 집단 감염이 발견된 이후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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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드라이브 스루 검사 진행
코로나 19 드라이브 스루 검사 진행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하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중심’인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교육부, 국가보훈처 등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집단감염 현실화 우려 속에 이날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2020.3.13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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