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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제로금리속 中·日 돈 쏟아부었지만… 시장 불안 못 재웠다

미국發 제로금리속 中·日 돈 쏟아부었지만… 시장 불안 못 재웠다

류지영 기자
류지영, 김태균 기자
입력 2020-03-17 01:46
업데이트 2020-03-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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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로금리·양적완화… 구원투수 될까

트럼프 “아주 행복”… 언론 “강력한 조치”
中 지준율 인하… 95조 유동성 추가 공급
日, ETF 매입 목표액 연간 6조→12조엔

亞 증시 대부분 2% 이상 곤두박질 ‘냉랭’
골드만삭스 “올 美 성장률 1.2% → 0.4%”
경제 위축·공급망 붕괴… ‘통화정책’ 한계
파월 연준 의장 “재정정책 대응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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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15일(현지시간) 당초 예정보다 사흘이나 앞당겨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 ‘제로금리 시대’를 다시 열었다. 앞서 2주 전에 0.5% 포인트를 내렸던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 코로나19의 경제 충격파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무려 1.0% 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오른쪽) 연준 의장이 2017년 지명 당시 물끄러미 쳐다보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15일(현지시간) 당초 예정보다 사흘이나 앞당겨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 ‘제로금리 시대’를 다시 열었다. 앞서 2주 전에 0.5% 포인트를 내렸던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 코로나19의 경제 충격파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무려 1.0% 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오른쪽) 연준 의장이 2017년 지명 당시 물끄러미 쳐다보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제로금리’를 선언하고 4차 양적완화(QE)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과 일본, 홍콩 등 중앙은행도 연준과 보조를 맞춰 ‘돈 쏟아붓기’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차갑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고자 국경 봉쇄와 상점 폐쇄, 사회적 거리 두기 등에 나서면서 소비가 급감해 실물경제가 무너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유 수요도 크게 줄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도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소비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18일 열릴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이틀 앞두고 긴급회의를 열어 1% 포인트나 금리를 내린 것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강력한 조치라는 평가”라고 분석했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15일(현지시간) 연준이 제로금리를 단행했다는 소식에 “아주 행복하다. 그들이 (금리인하를) 이뤄내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6일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해 5500억 위안(약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심사 기준을 통과한 은행들은 12.5% 수준인 지준율을 0.5∼1.0% 포인트씩 내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지원한다. 일본은행도 당초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연 6조엔(약 69조원) 규모인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당분간 12조엔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임시 회의를 개최한 것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발생 이후 9년 만이다.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는 홍콩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0.86%로 낮췄다.

하지만 전 세계가 파격 조치에 나섰음에도 16일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은 5%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2% 넘게 떨어졌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소비활동이 위축돼 ‘금리 인하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불안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5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재정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실직자나 중소기업에 직접 도달할 (정책) 수단이 없다”면서 “이번 상황은 다면적인 문제여서 정부나 사회 곳곳에서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경제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통화정책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 셰일 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린 유가 하락세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난해 대비 올해 석유 수요 감소폭이 2009년의 금융위기(하루 100만 배럴)는 물론 2차 석유파동 때인 1980년(265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 제공 업체 IHS마킷은 올해 평균 석유 수요가 최대 280만 배럴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오는 4월까지 석유 수요 감소폭이 하루 4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저유가 상황이 길어지면 원유 체굴 단가가 높은 미 셰일업계가 대거 도산해 미국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4%로 크게 낮췄다. 올해 1분기는 0%, 2분기는 마이너스 5%로 예측했다. 이는 기존 1분기 전망치 0.7%, 2분기 전망치 0%에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최근 펴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2%에서 4.8%로 낮췄다.

세계 1, 2위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실물경제가 동시에 얼어붙으면서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조 달러(약 1경 1000조원) 넘게 증발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GDP가 2조 3300억~9조 17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져 지난해 세계 GDP(88조 달러)의 10% 가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20-03-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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