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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비하’ 되고 ‘대통령 비난’ 안 되고?… 같은 막말 다른 공천결과 왜

‘세월호 비하’ 되고 ‘대통령 비난’ 안 되고?… 같은 막말 다른 공천결과 왜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0-03-09 17:11
업데이트 2020-03-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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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논란’ 김순례·민경욱 통합당 공천 탈락
“자식 죽음 징하게” 차명진은 부천소사 경선
울산경찰에 “미친개” 발언 장제원 부산 사상

“대구 봉쇄” 민주당 홍익표 서울 중·성동을
기자에 “기레기” 이재정 안양동안을에 공천

“제왕적 공관위 운영으로 공천 원칙 흔들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김순례(왼쪽) 의원과 민경욱(오른쪽) 의원에 대해 ‘컷오프’(공천배제)를 결정했다. 김 의원은 5·18 유공자 비하 발언 등으로, 민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비난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는 바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김순례(왼쪽) 의원과 민경욱(오른쪽) 의원에 대해 ‘컷오프’(공천배제)를 결정했다. 김 의원은 5·18 유공자 비하 발언 등으로, 민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비난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는 바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4·15 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정치권에서 비슷한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에 대한 생사 결정이 판이하게 갈리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폐쇄적 공천 과정 탓에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 의원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물갈이를 단행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김순례(비례) 의원과 민경욱(인천 연수을) 의원을 차례로 컷오프(공천배제)시켰다. 공관위는 컷오프 이유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과거 수차례 반복된 막말 논란이 주효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앞서 ‘혐오 발언이나 품위 손상 행동을 할 경우 세비를 전액 반납하도록 하겠다’ 등 내용의 공천 서약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으로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한 공청회에서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해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민 의원은 대변인이던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두고 “아궁이를 있는 대로 달궈놓고는 천렵질, 즉 고기잡이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원색적인 비판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민 의원이 이번 공관위 결정에 불복하며 재심 신청을 하자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 의원은 모두가 겁이 나 입 다물고 있을 때 홀로 대여 투쟁을 하면서 쎈말을 한 사람이지 결코 막말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두둔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후보자로 단수공천된 장제원(왼쪽·부산 사상) 의원과 김진표(오른쪽·강원 춘전) 의원. 두 사람 모두 수 차례 ‘막말 논란’을 빚었다. 뉴스1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후보자로 단수공천된 장제원(왼쪽·부산 사상) 의원과 김진표(오른쪽·강원 춘전) 의원. 두 사람 모두 수 차례 ‘막말 논란’을 빚었다. 뉴스1
반면 지난해 5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는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쳐먹는다”고 말했다가 당원권 3개월 정지 처분을 받은 차명진 전 의원은 경기 부천소사에서 경선 자격을 얻었다. ‘세월호 막말’ 정진석 의원은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5·18 폄하’ 김진태 의원은 강원 춘천에 단수공천됐다. 옛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수사하던 울산경찰을 일컬어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라고 말한 장제원 의원 역시 부산 사상에 단수공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대구 봉쇄”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수석대변인직을 내려놓은 홍익표 의원을은 서울 중·성동갑에,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장소 대관의 국회 내규 위반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지”라고 폭언한 이재정 의원은 경기 안양동안을에 공천했다. 2011년 국감 기간 KT로부터 룸살롱 술 접대를 받아 논란이 일었던 양문석 후보는 경남 통영·고성에 공천했다. ‘미투’ 의혹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 3선 민병두 의원 등을 잘라낸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대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대구 봉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홍익표(왼쪽) 의원을 서울 중·성동갑에 공천했다. 반면 ‘미투’ 의혹을 빚었던 정봉주(오른쪽) 전 의원은 공천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대구 봉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홍익표(왼쪽) 의원을 서울 중·성동갑에 공천했다. 반면 ‘미투’ 의혹을 빚었던 정봉주(오른쪽) 전 의원은 공천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뉴스1
이에 품위 손상을 명분으로 내세워도 결국 처분은 공관위 의중에 달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부정적 여론에도 대체할 후보가 없거나 당내 기여도가 높으면 공천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정당의 공천은 그 기준이 명백해야 하는데, 원칙이 흔들리면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공천 기준을 모두 공관위가 정하는, 제왕적 대표 체제의 잔흔이 만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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