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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까지 바꿨는데” 통합당, 인터넷은행법 부결 비난…민주도 ‘당혹’

“순서까지 바꿨는데” 통합당, 인터넷은행법 부결 비난…민주도 ‘당혹’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3-05 18:44
업데이트 2020-03-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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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해놓고 민주 ‘KT 특혜’ 부담에 상당수 반대표 던저

심재철 “금융소비자법과 패키지 처리하자더니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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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대화하고 있다. 2020.3.5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대화하고 있다. 2020.3.5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미래통합당은 여야 합의로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5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데 대해 “법안 처리 순서까지 바꿔졌는데 여야 합의를 파기한, 신뢰를 배반한 작태”라며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을 맹비난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간에 합의한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합의를 파기하는, 신뢰를 배반하는 작태는 도저히 용서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부결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정보통신기술(ICT)업이 주력인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기존 보유한도(4%)를 넘어 34%까지 늘릴 수 있게 허용해줄 때 단서조항 중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다.

사실상 ‘영업정지‘ 상태나 다름없는 케이뱅크를 살리려면 대주주가 돼 증자를 해야 한다는 KT의 의견을 반영한 법안이다.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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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며 본회의장 퇴장하는 미래통합당
항의하며 본회의장 퇴장하는 미래통합당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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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설립법 부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법 부결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찬성 75 반대 82, 기권 27로 부결됐다. 2020.3.5 연합뉴스
그러나 상임위 단계에서의 여야 합의를 뒤집고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투표를 하면서 부결됐다는 게 통합당의 설명이다.

심 원내대표는 특히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여권이 역점을 두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안과 ‘패키지 처리’를 하기로 돼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먹튀 음모론’을 제기했다.

통합당 측에 통보된 법안 처리 순서는 인터넷은행법(22번째)에 이어 금소법(23번째)이었는데, 이날 본회의에선 금소법이 먼저 상정·가결됐고, 그 뒤를 이어 인터넷은행법이 상정됐다가 반대토론 이후 부결됐다는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인터넷은행법에 반대하는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이미 순서가 달라진 걸 알았다고 한다”면서 “정무위 단계에서부터 음모가 꾸며져 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금소법은 이미 먹었다, 인터넷은행법은 막았다, 임무 달성했으니 튀자’는 먹튀 작전”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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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금융소비자보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전현직 지도부 일제히 반대표, 이해찬은 불참… 찬성 이인영 등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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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대화하고 있다. 2020.3.5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대화하고 있다. 2020.3.5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실제 합의처리를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또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표결에는 여야 184명의 의원이 재석한 가운데 찬성 75인, 반대 82인, 기권 27인으로 부결됐다.

특히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대거 쏟아진 것이다.

박광온·남인순·박주민 최고위원을 비롯해 홍영표·우원식·이종걸 전 원내대표 등 전현직 지도부가 반대표를 던졌다.

또 강창일·오제세·안민석·설훈·김상희·김영주·김영춘·백재현·안규백 등 중진들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밖에 박완주·이개호·전혜숙·김두관·김병관·제윤경 의원 등도 법안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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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하는 박지원 유성엽
논의하는 박지원 유성엽 민생당 유성엽 공동대표(왼쪽)와 박지원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윤관석 정책위 부의장과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 박찬대·정춘숙 원내대변인과 원혜영·김진표·최재성·전해철·박범계 의원 등은 기권표를 던졌다.

이해찬 대표는 아예 표결에 불참했다. 다만 민주당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정성호·김종민·고용진·박정·최운열 의원 등과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KT 특혜’ 논란에 민주당 무더기 반대… 민생당·정의당도 대거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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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 인터넷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토론
박용진 의원, 인터넷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토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예상치 못한 법안 부결에는 잇단 반대토론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에 앞선 의원총회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했지만 투표는 의원들 자유에 맡겼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 토론자로 단상에 선 의원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며 강하게 반대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에 단연코 반대한다”면서 “수시로 법을 어기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반하는 기업이 은행을 하면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 이 개정안은 신뢰를 깨는 행위”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법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가운데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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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의원, 인터넷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토론
채이배 의원, 인터넷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토론 민생당 채이배 의원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여야는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함께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당에서도 천정배·조배숙·유성엽·채이배·김광수·김종회·장정숙·박주현·최도자 의원 등이 반대했고, 김동철·최경환 의원은 기권표를 던졌다.

정의당에서는 이날 재석하지 않은 김종대 의원을 제외한 5명 의원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통합당에서도 이혜훈 의원이 반대했고, 같은 당 신용현 의원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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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정세균과 박영진
대화하는 정세균과 박영진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민주 측 “법안 부결돼 당혹… 당론으로 찬반 결정한 상황 아니었다”
통합당 간사 김종석 “케이뱅크 부실화되면 경제·사회 문제 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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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며 본회의장 퇴장하는 미래통합당
항의하며 본회의장 퇴장하는 미래통합당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부결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정무위 미래통합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이 법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홍콩은 인터넷은행이 8개인데, 우리는 2개이고, 그중 1개(케이뱅크)는 부실화하고 있다”면서 “어찌 보면 정부·여당을 도와주는 건데, 우리 선의를 악용해 여당 내 극단론자들이 이 법을 부결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법안 처리 순서를 바꿀 때부터 이런 식으로 정치적 약속을 깨고 금소법만 일방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125만 예금 가입자, 2조원의 예금, 1조 3000억원 넘는 대출 등 작지 않은 규모의 케이뱅크가 부실화하면 경제·사회적 문제가 적지 않게 야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안이 부결돼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많은 의원들이 반대 토론을 들으면서 마음을 정한 것 아닌가 싶은데, 당론으로 찬반을 결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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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하는 이인영 원혜영
논의하는 이인영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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