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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폭행하고 고추냉이 섞은 물 강제로 먹인 시설 직원들

중증장애인 폭행하고 고추냉이 섞은 물 강제로 먹인 시설 직원들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3-04 11:58
업데이트 2020-03-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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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검찰에 수사 의뢰

시설 거주 중증장애인 상습 폭행·학대
“왜 이렇게 자주 싸냐” 욕설·고성까지
보조금 횡령·장애인 감금 전력도 있어
인권위, 서울시 등에 시설 폐쇄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직원들이 시설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는 경기 지역에 있는 이 시설의 생활재활교사 5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가해자 5명으로부터 폭행·학대 피해를 입은 시설 거주 장애인(피해자)은 11명이다.

이 시설을 운영한 사회복지법인은 서울에 있다. 인권위는 서울시와 해당 자치구에도 이 시설을 폐쇄하고 이 시설을 운영한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등 필요한 행정처분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이 시설 직원이 거주 장애인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기초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진정 내용이 사실이라고 볼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공동으로 직권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가해자 A씨는 2018년 7월쯤 복도와 식당에서 피해자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가해자 B씨는 2018년 6~7월쯤 피해자들의 뺨을 때리고 바닥에 밀쳐 넘어뜨린 후 종아리를 때린 사실이 확인됐다. 가해자 C씨와 함께 피해자의 행동을 고치겠다면서 고추냉이를 섞은 물을 피해자에게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가해자 C씨는 2015년 10월~2017년 1월 피해자가 대소변을 자주 본다는 이유로 “왜 이렇게 자주 싸냐”면서 욕설을 퍼붓고 폭행했다. 가해자 D씨는 2016~2018년 피해자의 뺨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두 팔로 목을 감싼 뒤 조이는 식으로 학대했다. D씨는 지난해 8월 피해자를 폭행해 치아 2개가 발치되는 상해를 입힌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가해자 E씨는 피해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밥 천천히 먹으라고!”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했다.

이 시설은 2014년 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로 관할 구청이 수사를 의뢰한 적이 있다. 피의자들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고, 구청은 이 시설에 경고 처분을 했다. 2017년에도 이 시설은 중증장애인을 감금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에 의해 고발됐다. 이 사건으로 구청은 시설장을 교체하라는 행정처분을 했다.

인권위는 “중증장애인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부족하므로 경미한 안전사고가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 시설 직원들은 피해자에게 사건·사고가 발생해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 진료를 받게 하거나 일지에 기록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하도록 하는 등의 기본적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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