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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게놈서열 최초 공개 중국 실험실 문 닫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게놈서열 최초 공개 중국 실험실 문 닫아”

강경민 기자
입력 2020-02-29 16:50
업데이트 2020-02-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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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보도…“구체적 설명 없이 ‘교정’ 이유로 폐쇄 지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27일(현지시간)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제공한 것.
워싱턴 AFP 연합뉴스
중국 당국에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genome·유전체) 서열을 전 세계에 공개했던 실험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문을 닫았다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29일 SCMP에 따르면 상하이(上海)시 공공위생 임상센터의 해당 실험실은 장융전 교수 연구팀이 온라인 플랫폼에 게놈서열 정보를 공개한 다음 날인 지난달 12일 ‘교정(rectification)’을 이유로 문을 닫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실험실은 지난달 13일 잠정적으로 폐쇄됐다.

공공위생 임상센터 관계자는 “실험실이 왜 ‘교정’ 때문에 폐쇄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센터 측에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해달라는 보고를 4차례 (상급기관에) 제출했지만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통제수단을 찾기 위해 시간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실험실 폐쇄로 연구에 커다란 영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실험실이 생물안전 등급상 2번째로 높은 3등급 시설로, 지난달 5일 인가작업을 담당하는 중국 합격평정 국가인가위원회의 연례 점검을 통과한 상태였다.

SCMP는 실험실 폐쇄가 당국보다 앞서 바이러스 게놈서열을 발표한 것과 관련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험실 폐쇄 명령을 내린 상하이 위생건강위원회와 전화·팩스 등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장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5일, 당시까지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바이러스의 게놈 서열 확인작업을 끝냈다.

센터 측은 당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이를 보고하면서, 연구 대상이었던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고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나온 것과 유사한 만큼 공공장소에 대한 적절한 예방통제조치를 취하도록 조언했다.

이때는 중국 당국이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생긴 의문의 폐렴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발표하기 이틀 전이다.

장 교수 연구팀은 당국이 대중들에게 바이러스에 대해 경고하는 분명한 조처를 하지 않자 지난달 11일 자료를 공개하고, 공개플랫폼(virological.org) 및 공개자료저장소(GenBank)에 올렸다.

중국 시민들은 이때까지 1월 3일 이후 우한에서 환자가 늘지 않고 있고, 사람 간 전염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장 교수 연구팀의 공개 몇시간 후 세계보건기구(WHO)와 게놈서열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해당 정보를 중국과학원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를 통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이달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장 교수 연구팀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인구 대이동 시기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호흡기 질병에 대비해 진단키트를 갖추는 것과 관련됐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SCMP는 장 교수 연구팀의 정보 공개 덕분에 중국 내 다수 회사에서 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면서, 공개시설인 해당 실험실이 폐쇄돼 장 교수뿐만 아니라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도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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