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환의 시시콜콜/집값담합

입력 : ㅣ 수정 : 2020-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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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부 아파트단지의 집값담합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내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 정부가 일부 아파트단지의 집값담합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내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상품의 가격은 제조 원가와 제조 및 마케팅, 유통비용을 더하고 여기에 적절한 이윤을 붙여 결정되기 마련이다. 원가와 비용이 대체로 공개돼 있다면 소비자들은 합리적 수준을 넘어서는 이윤까지 더해진 상품을 구매할리 만무하고, 그래서 시장가격이라는 것이 생긴다. 업체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이윤을 낮추거나 제조 비용을 절감하는가 하면 자금압박이 심할 경우, 심지어 밑지면서까지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자유로운 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다.

 심한 가격 변동은 경영의 큰 리스크 요인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손쉽게 담합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특히 업체가 몇 안되는 과점 분야일 경우가 그렇다. 국내에서 설탕은 C사와 S사 D사가 수십년동안 거의 변동없는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담합의 결과였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세 회사의 가격담합 사실을 적발했다. 경쟁하지 않고, 가격을 높게 정해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인데 3개사가 15년간 설탕 판매로 올린 부당이득이 최소 3조원, 최대 6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원료수입부터 판매현황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했고,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했다.

 담합의 역사는 뿌리깊다. 기원전 3000년, 고대 이집트에서 양털 상인들이 서로 짜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받은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반도에서는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이 인삼 가격을 후려치려던 중국 상인들의 불매담합을 물리친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청나라 수도 연경(현재의 베이징)에서 조선 인삼이 인기를 끌자 중국 상인들이 담합을 해 구매가격을 낮추려고 조선 인삼을 외면했는데 임상옥은 “싸게 팔고 귀국하자”는 동료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중국 상인들 앞에서 가져간 인삼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가격 주도권을 넘겨주면 계속 끌려다닐수 밖에 없다”는게 임상옥의 논리였고, 마침내 중국 상인들이 굴복했다고 한다.

 담합에 관한한 가장 엄격하게 제재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1890년 미 연방정부는 담합이 시장질서를 크게 해친다고 보고 이른바 ‘셔먼법’을 제정해 생산주체간 어떠한 형태의 연합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독점금지법의 원조가 됐다. 반면 일본은 담합 천국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한 경제학자는 일본 공정위를 ‘짖지 않는 개’라고 조롱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크고작은 담합을 일삼았고 당국은 못본척 넘어가곤 했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10여개 아파트 단지의 ‘집값담합’ 제보를 접수해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가동, 본격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우리 단지는 25평형 ○억원, 33평형 ○○억원 이하로 매매해선 안됩니다’ ‘가격 다운 유도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는 부녀회에 제보하세요’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입주민들을 상대로 특정가격 이하 매매를 막는 행위 등이 단속대상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집값담합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담합이 입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강제력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일종의 심리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만큼 담합행위 자체가 주변 부동산시세에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시장은 하향을 원하는데 그걸 강제로 상승 또는 현상유지 시킨다면 서민들의 시장가격 매입 기회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집값담합을 제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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