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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얕보다간 큰코다쳐! 암·파킨슨병도 걸릴 수 있다

우리를 얕보다간 큰코다쳐! 암·파킨슨병도 걸릴 수 있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2-19 17:50
업데이트 2020-02-20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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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장내 미생물 효과

체내 미생물 수십조 개 대·소장 분포
소화·정신질환 영향… 질병 치료 이용

인류 위치에 따라 미생물 구성 달라
생존·적응 차원… 발효 식품으로 공유

많은 사람들이 ‘장내 미생물’이라고 하면 여전히 ‘유산균 음료’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장내 미생물은 비만은 물론 대장암을 포함한 여러 암,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각광받으면서 그야말로 ‘장내 미생물 연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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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장내 미생물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총(叢)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와 유전체를 의미하는 ‘게놈’이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다. 인간과 동식물, 토양, 바다, 호수, 대기 등 모든 생태환경에서 서식하거나 공존하는 미생물과 유전정보 전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제2의 게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유전자 증폭, 염기서열 분석 같은 생명공학 기술 발전으로 촉발됐다. 기존에는 개별 미생물 분석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인체, 동식물, 환경과 미생물 간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마이크로바이옴학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것은 2006년 미국 워싱턴대 제프리 고든 교수가 비만 쥐의 분변과 마른 쥐의 분변을 무균 쥐에게 각각 주입한 결과 비만 쥐의 분변을 주입받은 생쥐가 쉽게 비만해진다는 사실을 ‘네이처’에 발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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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에 있는 많은 수의 미생물은 대부분 소장과 대장 등 장에 집중돼 있다. 최근 이들 장내 미생물이 소화기능은 물론 면역계,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미생물학회 제공
인간의 몸에 있는 많은 수의 미생물은 대부분 소장과 대장 등 장에 집중돼 있다. 최근 이들 장내 미생물이 소화기능은 물론 면역계,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미생물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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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에는 세포수보다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생물학계에서는 이들 미생물총(叢)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사람의 몸에는 세포수보다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생물학계에서는 이들 미생물총(叢)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사람의 몸에 있는 미생물 수는 인간 세포 수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39조개로 대부분 대장이나 소장 등 소화기관에 집중돼 있다. 이들 장내 미생물을 모두 모아 놓더라도 체중의 1~3%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사람이 분해할 수 없는 영양소를 분해해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본적인 역할 이외에도 면역계 질환, 퇴행성 뇌질환, 우울증, 양극성장애 등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신경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속속 공개되면서 장내 미생물과 건강에 대한 연구가 가속화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장내 미생물의 기능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인류의 진화 과정을 파악하는 등 연구의 폭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응용생태학과, 노스웨스턴대 인류학과, 노트르담대 생명과학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장내 미생물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의 최전선’(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1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원숭이(유인원),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같은 비인간 영장류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했다. 그 결과 유인원이나 비인간 영장류와 달리 인간은 지리적 위치와 생활양식에 따라 장내 미생물 구성과 기능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로버트 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석학교수(생태·진화학)는 “인류 조상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이전에 살던 곳과 다른 음식물을 소화시킬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질병도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을 갖춰야 했다”면서 “생존과 적응을 위해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분포, 숫자를 변화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던 교수는 “발효음식과 맥주, 와인 같은 발효음료들이 변화된 장내 미생물을 집단 공유하는 수단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2-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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