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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콜택시 아닌 ‘렌터카’ 인정… “비싸도 이용하는 건 시장 선택”

법원, 콜택시 아닌 ‘렌터카’ 인정… “비싸도 이용하는 건 시장 선택”

민나리 기자
민나리, 진선민 기자
입력 2020-02-19 18:12
업데이트 2020-02-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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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는 합법” 1심 판결 이유는

이용약관 동의로 초단기 임대차 계약 성립
여객 유상 운송과 같은 경제적 효과 없어
방청석에선 “몇명 더 죽어야 하나” 고성
“전향적 판결” “상생 고려 안 해”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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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법원 나서는 이재웅 대표
웃으며 법원 나서는 이재웅 대표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를 통해 불법 콜택시 사업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웅 쏘카 대표가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서 환하게 웃으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9일 법원이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 운행이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정적인 이유는 타다를 ‘여객운송업’이 아닌 ‘렌터카 사업’으로 봤기 때문이다. “타다가 혁신적인 모빌리티 사업이므로 검찰의 시각처럼 기존 운송업을 기준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타다 측의 주장도 일부 수용했다. 다만 이번 판결에 대해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판단을 내놨다’는 평가와 더불어 ‘기존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타다가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콜택시인지 자동차 렌터카 사업인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타다가 사실상 렌터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타다 이용자가 필요한 시간에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11인승 카니발 승합차가 기사와 함께 제공되는데, 박상구 부장판사는 이 과정에서 이용자와 쏘카 사이에 전자적으로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 계약’이 성립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검찰은 ‘타다 이용자가 스스로 렌터카 이용자라는 인식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앱을 통해 기사 알선을 포함한 승합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은 임대차 계약의 성립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법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자연히 배척됐다. 박 부장판사는 “타다를 처벌 규정에 포함하는 것은 형벌 법규를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유추한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승합차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타다 서비스로 인해 여객을 유상 운송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타다 측이 서비스 출시 전 로펌으로부터 적법성 검토를 거치고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과의 협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논의나 행정지도가 없었으며 ▲유사 서비스인 ‘벅시’가 국토부로부터 적법 서비스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점 등도 무죄의 근거로 사용됐다. 박 부장판사는 “택시보다 비싼 요금에도 타다 이용자가 증가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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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날 판결이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 발달에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라고 봤다. IT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이번 판결은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된 것’이라는 법률 유보의 원칙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향후 법을 확대해석해 신산업에 제동을 거는 사례들이 많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선고가 끝나자마자 방청석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타다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법원 판결에 항의성 발언을 이어 간 것이다. 이들은 “이게 왜 무죄냐”,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지금까지 (택시기사) 세 사람이 죽었는데 앞으로 몇 명이 더 죽어야 하냐”면서 울분을 토했다.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던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선고 결과에 대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을 때까지 무면허 유사 택시가 넘쳐 나는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재판부가 견강부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다금지법의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신속한 상급심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2020-02-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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