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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감염요? 우한 교민도 다 우리 가족이죠”

“바이러스 감염요? 우한 교민도 다 우리 가족이죠”

김정화, 이성원, 이근아 기자
입력 2020-02-16 22:42
업데이트 2020-02-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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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 이송 주역 ‘3인방’… 최덕영 경위·안병춘 경위·최용훈 경장

아산·진천·이천으로 3차례 걸쳐 운전
전염 공포 불구…“경찰로서 당연한 일”
“‘국가가 도와줘 고맙다’는 말에 힘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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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으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1차 전세기편으로 귀국해 14일간 격리 생활을 마친 교민들이 지난 15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퇴소, 각자의 집이나 체류지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승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진천 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으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1차 전세기편으로 귀국해 14일간 격리 생활을 마친 교민들이 지난 15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퇴소, 각자의 집이나 체류지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승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진천 연합뉴스
“경찰이라면 누구든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을 도울 겁니다. 퇴직을 앞두고 ‘유종의 미’를 거둬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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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영 경위
최덕영 경위
정년퇴직을 2년 앞둔 서울 동작경찰서 소속 최덕영(58) 경위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경위 등 경찰 21명은 지난 12일 정부의 3차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우한 교민과 중국인 가족 147명을 김포공항에서 경기 이천 격리시설로 이송했다. 앞서 1, 2차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을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격리시설로 이송한 경찰관 36명 중 3차 때도 운전 업무를 맡은 이들은 최 경위를 포함해 5명이다. 방역을 철저히 한 만큼 보건 당국도 이들이 연이어 운송 업무를 맡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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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경장
최용훈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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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춘 경위
안병춘 경위
이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염 우려에도 자발적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금천경찰서 소속 최용훈(39) 경장은 “제게 경찰은 단순한 공무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는 사람”이라면서 “중앙경찰학교에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를 항상 마음에 새겨 왔다”고 말했다. 청주 청원경찰서 소속 안병춘(44) 경위는 “1종 대형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도 했고, 다들 가족이 걱정할까 봐 주저하더라”면서 “우한 교민도 다 우리 국민이고 가족인데 저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번 교민 이송은 흔히 ‘콤비버스’라고 하는 25인승 버스로 이뤄졌다. 교민 8~9명이 버스 복도와 창가 쪽에 번갈아 가며 앉고, 인솔자와 운전자가 1명씩 타서 격리시설로 이동한다. 감염 우려 때문에 이송 업무에 참여한 경찰들은 모두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 덧신 등을 착용하고 ‘완전무장’해야 해 운전이 쉽지 않았다. 최 경위는 “보호복을 입고 마스크까지 쓰니까 산소가 부족하더라”면서 “충분히 자고 운전을 했는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안 경위도 “처음에는 고글을 썼는데 운전하다 보니 너무 갑갑하고 계속 습기가 차기에 결국 벗어 버렸다”면서 “바이러스보다도 교민들을 안전하게 이송하는 업무가 우선이라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가족과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교민 이송이 끝나면 경찰도 일정 기간 격리를 위해 임시 숙소에서 지내야 하는데, 이 때문에 길게는 2주 동안 가족을 볼 수 없다. 세 자녀를 둔 최 경장은 “임시 숙소에서 아이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데, 너무 보고 싶어 부천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면서 “감염 우려 때문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베란다로 나오게 한 뒤 얼굴만 봤다”고 말했다.

원동력은 “고맙다”는 한마디다. 최 경위는 “교민들에게 ‘오시느라 고생했다’고 말을 건넸더니 ‘국가에서 도와주니 너무 고맙고 힘이 된다’고 하더라”면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안 경위는 “1, 2차 때는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훨씬 크고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걱정됐는데, 나중에는 이송 버스를 향해 손 흔들고 환영하는 이들을 보면서 저도 기분이 울컥했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2-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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