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생생리포트] ‘로맨스 스캠’ 피해 작년 2만 5000여명
피해액 4년 새 6배… 美정부서 주의보선물·파일 악성코드 심어 해킹도 빈발
사기꾼, 주재원 등 해외 거주자로 접근
기록 안 남는 ‘기프트카드’ 요구 많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랑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의 사기인 ‘로맨스 스캠’이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보를 발령했다. 사진은 청혼 이벤트의 한 장면.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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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온라인 로맨스 스캠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2만 5000여명이며, 피해액은 2억 1000만 달러(약 2484억원)에 달한다. 2015년 피해액 3300만 달러(약 390억원)였던 로맨스 스캠 피해 규모와 비교하면 4년 만에 6배 이상 늘었다.
FTC 관계자는 “애정을 갈구하거나 외로움을 호소하는 상대방의 심리를 교묘히 악용하는 로맨스 스캠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직접 상대방을 만나지 않고 SNS만을 통해 알고 있는 이성이 어떤 형태로든 ‘돈’을 요구한다면 로맨스 스캠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버지니아의 A는 캘리포니아의 선박 기술자라고 한 남성이 페이스북으로 친구 요청을 했고 몇 달 동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외로웠던 A는 몇 달 만에 직접 얼굴을 보지도 않은 남성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남성이 급하게 버지니아로 이사를 온다며 이사비용 등을 빌려 달라고 했고, A는 남성의 말에 속아 몇 차례에 걸쳐 9만 달러 정도를 빌려줬다. 그러자 그 남성은 페이스북 등을 모두 탈퇴한 후 잠적했다. 이런 직접적인 ‘돈’ 요구뿐 아니라 선물 등을 보낸다거나 보내 준 파일에 악성코드 등을 심어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FTC는 로맨스 스캠을 저지르는 사기꾼들의 공통적인 수법과 특징을 공개했다. 사기꾼들은 타인의 신원이나 사진을 도용해 가짜 프로필을 만든다. 또 군인이나 석유회사 해외 주재원, 국제단체 소속 의사 등 해외에 거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비자나 비행기 티켓, 병원비와 같은 이유로 돈을 빌려 달라고 하고 기록이 남지 않는 ‘기프트카드’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FTC는 온라인으로 만난 연인이 이같이 행동한다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2018년 홍콩의 60대 여성 사업가가 온라인 연인에게 속아 4년간 260억원을 털린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SNS로 모르는 상대가 보내주는 파일 등은 절대 열지 말고 지워야 한다”면서 “파일을 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있는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등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은행이나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20-02-17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