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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의 고수가 고민한 부동산] 마용성 때리니 수용성… 新두더지 게임이 시작됐다

[함영진의 고수가 고민한 부동산] 마용성 때리니 수용성… 新두더지 게임이 시작됐다

입력 2020-02-09 16:56
업데이트 2020-02-10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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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방지책과 종합부동산세 추가 세율 인상이 함께 담긴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강남권 등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증발되며 호당 평균 실거래가가 1월 기준 6억 6474만원을 기록했다. 대책 발표 전인 지난해 11월 9억 1900만원과 비교해 무려 27.6% 하락한 것이다. 구입과 매각 단계 모두 대출과 세금 부담이 가중되자 고가주택 투자수요의 신규 유입이 끊기고 거래량이 감소하며 중저가 위주의 유통시장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덜 미치거나 거래시장 단속이 느슨한 지역의 사정은 다르다. 몇 년간 시세 상승 피로감이 낮거나 교통망 확충 및 택지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수도권 일부 지역은 여전히 아파트 매매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일명 ‘풍선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 관악구는 지난해 10월 5억 6258만원을 기록한 아파트 호당 매매 평균가가 올해 1월 5억 8688만원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12·16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파트 호당 평균 매매가의 오름세가 이어진 곳은 경기 연천군(20.6%), 성남시 수정구(16.5%)·중원구(7.1%), 시흥시(5.5%), 안성시(4.4%) 등지였다. 서울 한강변 인근 높은 선호로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을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라 부르는 것처럼, 교통망 확충 호재와 택지개발이 활발한 경기도 일부 지역을 묶어 수·용·성이라 부르는 신조어가 최근 나타났다. 수원·용인·성남시를 뜻하는데 이들 지역도 같은 시기 0.9~16.5%씩 아파트 호당 평균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서울에 비해 규제의 수위가 낮고 도심접근성이 좋은 지역들로 수요가 이동하며 호가가 오르자 최근엔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매도자 우위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가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이나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대출을 조이고 보유세를 높이자 그 이하 가액수준에 거래수요가 쏠리고 조정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 수요억제책을 집중하자 비규제지역으로 매입수요가 유입되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제한적이지만 상품 간 수요 이동현상도 나타났다. 낮은 금리와 과잉 유동자금이 규제가 집중된 아파트가 아닌 전용면적 59~84㎡ 유형의 오피스텔(일명 아파텔) 매입으로 이어졌다. 공급과잉 우려로 임대수익률은 낮아졌지만, 청약과 전매·세금·대출 관련 규제 허들이 아파트 상품보다는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수요와 공급의 흐름과 자본의 이동을 임의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두더지 게임처럼 규제를 피해 튀어 오르는 풍선효과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부동산규제 정책 기조는 지속될 확률이 높다. 규제를 피해 진입장벽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투기수요와 정부의 정책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실수요자들은 거주와 소유를 분리하거나 시세 차익 목적의 단기거래 방식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전망이다. 임대사업 목적이 아닌 비규제지역의 원정투자나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도 실익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규제지역은 실거주 병행 목적의 주택 구입이 적정하고 거래 신고 시 객관적인 자금조달 증빙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정부도 무리한 수요억제책의 과도한 활용보다는 부동자금이 흐를 수 있는 대체투자처 마련이나 주택 대기수요가 꾸준한 지역의 추가 공급책 마련에 힘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20-02-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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