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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이 안락사를 택한 이유… “모든 사람이 구원받을 순 없다”

내 동생이 안락사를 택한 이유… “모든 사람이 구원받을 순 없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20-02-06 18:06
업데이트 2020-02-07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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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마르셀 랑어데이크 지음/유동익 옮김/꾸리에/236쪽/1만 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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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죽음은 온다. 그러나 내 동생이 내일 죽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그 죽음을 동생이 선택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는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인 마르셀 랑어데이크가 동생인 마르크의 안락사를 지켜보며 쓴 에세이다. 41세에 죽음을 택한 마르크는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아들 둘과 아내가 있었으며, 사업가로도 성공해 사우나를 갖춘 고급 주택에 고급 차를 가졌다. 그런 사람이 왜 안락사를 택했을까.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마르크는 불안장애와 우울증, 공감능력 결핍, 자기애성 성격장애도 갖고 있었다. 이를 음주로 해결하려 한 탓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사람들은 그의 밝은 면만 봤지만, 그의 삶을 조종하는 건 오히려 후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혼자 육아를 도맡다시피 했던 아내는 떠났고, 부모 형제에게 거짓말을 일삼고 이따금 발작을 일으킨 동생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마르크는 말했다. “충분히 살았기 때문이지. 이제 그만 끝내려고.”(19쪽)

책에는 동생의 일기 한 토막과 형의 서술이 번갈아 등장한다. 안락사에 반대하는 누군가를 향한 설득이나 해명보다 안락사의 과정을 차분히 서술하는 데 집중한다. 형 마르셀이 본 동생의 안락사 이유는 이랬다. ‘모든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이상 약으로도 대처할 수 없는 지독히도 파괴적인 형태의 암을 앓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병이 나서 어떠한 치료법이나 약으로도 대처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중략) 내 동생이 그런 사람이었다.’(216쪽) 정신적 고통의 크기가 몸의 고통보다 덜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묻는 듯하다.

책으로 안락사 시행 하루 전날과 당일, 이후의 풍경을 따라가는 일은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행 당일, 마르크의 부모님은 그의 목욕을 도왔고, 마르셀은 동생과 함께 담배를 피웠다. 그가 죽어 가는 중에는 함께 기도했으며, 울었다. 불씨가 꺼져 가던 마르크는 말했다. “오줌이 마려워요.” 그날 이후 가족들이 해야 하는 ‘애도’란 그의 부재를 알고 그것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형은 말한다. ‘애도는 계속해서, 계속,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다 가끔 가만히 있는 것이다.’(227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02-07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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