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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코앞에 초·중·고 대상 모의선거 불허…선관위 “선거법 위반”

총선 코앞에 초·중·고 대상 모의선거 불허…선관위 “선거법 위반”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2-06 20:08
업데이트 2020-02-0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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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임박해 교원이 학생들 대상 모의투표 실시는 선거 결과 영향 미치는 행위”

서울교육청 당혹 “예상 밖 결정”
조희연, 21일 “선관위 판단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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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기자간담회 하는 조희연 교육감
1주년 기자간담회 하는 조희연 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두 번째 임기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6.27 연합뉴스
4·15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해온 초·중·고 학생 대상 모의 선거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선거권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에 따라 모의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선관위는 6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 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청소년 대상 국회의원 선거 모의투표’ 가능 여부를 논의한 결과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하에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행위 양태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에 이르러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 “선거 과정 및 선거 결과에 변화를 주거나 그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일체의 행동을 의미한다”고 정의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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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하는 시민들
사전투표하는 시민들 4·3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경남 창원 사파동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19.3.29/뉴스1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유권자가 된 만 18세 학생을 대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발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었다.

이어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의투표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4월 총선에 맞춰 오는 3∼4월 초·중·고 40여곳에서 실제 정당과 입후보자 이름을 넣어 모의투표를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선거권 부여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 만큼 참정권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선관위는 모의투표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도 참정권 교육의 필요성은 강조했다.

선관위는 “18세 선거권자는 물론 미래 유권자에게 참정권의 소중함과 올바른 주권행사 방법을 일깨워줄 교육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교육기관과 협의해 선거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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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사대회 참석한 조희연 교육감
전국교사대회 참석한 조희연 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에서 열린 전교조 결성 30주년 전국교사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는 가운데, 정부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린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교조는 정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으며, 소송은 2016년 2월 전교조가 상고한 이후 3년3개월째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19.5.25/뉴스1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예상 밖의 결정”이라며 크게 당혹해하는 기색이다. 교육청 실무진은 선관위가 ‘실제 유권자인 학생은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등의 조건을 달되 기본적으로는 모의선거를 허용하는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보완책을 구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관위가 결정을 내리면 재차 질의를 통해 선관위가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하는 ‘돌파구’를 만들어 모의선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는 교육청이 이번 선관위 결정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고 “선관위 판단을 존중해 모의선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또 ‘인헌고 사건’으로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 준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점도 교육청으로선 부담이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인헌고에서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강요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요구가 큰 상황에서 교육청이 선관위 결정을 무시하고 모의선거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교육청은 선거 교육 자체는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만 18세까지 선거권이 부여된 만큼 선거를 매개로 한 참정권 교육을 무한대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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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사가 정치 편향적 교육을 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편향적 발언을 한 교사는 교사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교사가 정치 편향적 교육을 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편향적 발언을 한 교사는 교사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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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부모단체연합,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등 보수 성향 단체 소속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인헌고 교장·교사 규탄 및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자유대한호국단, 턴라이트 등 보수 성향 단체 소속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인헌고 교장·교사 규탄 및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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