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 된 국정연설… 연설문 쫙쫙 찢은 펠로시

입력 : ㅣ 수정 : 2020-02-0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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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과 자화자찬… 사실상 재선 캠페인
나토 등 동맹국 방위비 증액 압박도 자랑
2년째 언급했던 북한 문제는 이번엔 침묵
민주당 “78분간 선거유세장 같았다” 비난
앙숙들의 날 선 신경전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국정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연단에 들어서며 자신의 최대 앙숙으로 꼽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자 외면하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 앙숙들의 날 선 신경전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국정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연단에 들어서며 자신의 최대 앙숙으로 꼽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자 외면하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오늘 밤 사상 최고의 경제 성과를 발표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후 9시 워싱턴DC의 하원 본회의장에서 가진 1시간 18분여 동안의 취임 후 세 번째 신년 국정연설에서 경제와 무역 등의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사실상 재선 캠페인에 나섰다. 하지만 북핵과 탄핵 등 불편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또 악수를 거부하고 연설문을 찢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노골적인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경제 붕괴 시기는 이제 끝났다”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의 많은 시간을 자신의 집권 후 경제 성과 자랑에 할애했다. 그는 “3년 전 ‘위대한 미국인들의 귀환’을 약속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취업률과 소득은 모두 오르고 가난과 범죄율은 떨어졌다. 자신감이 커지고 있고, 우리 미국은 번영하고 있다”면서 “경제 붕괴의 시기는 이제 끝났다”고 강조했다. 또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합의 등의 자랑도 잊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연설 후 “오프라 윈프리 쇼 같았다”면서 “국정연설을 자신의 선거 유세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2018년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의 탈북자 문제를 주요 화두로 꺼내며 최대 압박을 예고했고, 지난해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개최지를 전격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외교를 통한 대북 문제 해결이라는 기본 원칙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내기보다는 대선 길목에서 북한의 탈선 방지와 협상 틀 유지에 방점을 두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 문제가 이란을 비롯한 중동 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 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국정연설에서 북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면서 ‘대북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올 11월 대선까지는 북미 관계가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동맹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다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로부터 4000억 달러 이상의 분담금을 걷었고 최소한의 의무를 충족시키는 동맹국의 수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자랑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한 간접적인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풀이된다.
앙숙들의 날 선 신경전 4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위쪽)이 연설 말미 모두가 보는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는 모습.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 앙숙들의 날 선 신경전
4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위쪽)이 연설 말미 모두가 보는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는 모습.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일부 공화당원 “4년 더” 외치며 기립박수

또 이날 국정연설에서 ‘당파적 불화’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4년 더”라고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민주당원들은 조용히 서 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의장이 날 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악수 요구를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펠로시 의장은 연설이 끝날 때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사본을 공개적으로 찢어버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깜짝 손님으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그를 소개했고, 과이도 의장도 일어서서 청중들을 향해 인사를 보냈다.

또 많은 여성 민주당원들은 참정권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흰색 옷을 입었고, 당내 몇 명은 기후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 줄무늬 옷깃 핀을 차고 있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20-02-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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