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슈퍼볼, 트럼프 反이민·인종차별 정책에 반기 들다

입력 : ㅣ 수정 : 2020-02-0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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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 이민 가정 출신 로페즈
공연중 부모 고향 상징하는 깃발 펼쳐
레바논계 부친 둔 샤키라, 아랍식 인사
트럼프 행정부의 사회 분열상 우회 비판
일각선 “급증한 히스패닉계 시민 겨냥”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가수 제니퍼 로페즈(가운데)가 부모의 조국 푸에르토리코 국기 무늬를 담은 망토를 펼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로페즈 왼쪽에 선 10대 소녀는 딸 에마로, 모녀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이날 하프타임 쇼의 후반부를 장식했다. 마이애미 가든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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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가수 제니퍼 로페즈(가운데)가 부모의 조국 푸에르토리코 국기 무늬를 담은 망토를 펼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로페즈 왼쪽에 선 10대 소녀는 딸 에마로, 모녀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이날 하프타임 쇼의 후반부를 장식했다.
마이애미 가든스 AFP 연합뉴스

미국 대중문화계 ‘꿈의 무대’로 꼽히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의 올해 하프타임 쇼를 관통한 메시지는 인종·문화적 다양성이었다. 라틴계 가수로는 처음으로 하프타임 쇼에 오른 제니퍼 로페즈와 샤키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반기를 들고 미국인들에게 생소한 아랍 문화를 소개하는 듯한 퍼포먼스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뉴욕의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로페즈가 부모의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을 펼치는 장면이었다. 공연 마지막 순서에 겉은 성조기 무늬, 안쪽은 푸에르토리코 국기 무늬로 된 망토를 걸치고 나온 그는 11살 딸과 함께 자신의 곡 ‘레츠 겟 라우드’(Let’s Get Loud)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본 인 더 유에스에이’(Born in the USA)를 함께 편곡한 노래를 부르며 망토를 활짝 펼쳤다.
제니퍼 로페즈 AP 연합뉴스

▲ 제니퍼 로페즈
AP 연합뉴스

특히 10대 소녀들은 새장처럼 생긴 갇힌 구조물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외신들은 새장 구조물이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며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과거 시상식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주목받은 로페즈는 노래를 시작하며 “라티노”라고 외치기도 했다.
샤키라 로이터 연합뉴스

▲ 샤키라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공연에서 눈길을 끈 또 다른 장면은 콜롬비아 출신으로 레바논계 부친을 둔 샤키라의 아랍식 인사 퍼포먼스였다. 그는 노래 도중 카메라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며 소리를 냈는데, 이는 바로 중동에서 즐거움이나 축하인사를 의미하는 ‘자흐로타’라는 전통적 인사법이었다. 샤키라는 또 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아프로 캐리비언’ 스타일의 안무를 추기도 해 미국 시청자들 시각에서 이국적인 장면을 연이어 연출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아시아문화를 연구하는 하템 바지안은 워싱턴포스트에 “샤키라의 모습은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15분 정도 진행된 이날 공연이 “미국 내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반이민 정책과 공공연한 인종차별 논란 등 사회적 분열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경기 전 국가 제창도 히스패닉계 가수인 데미 로바토가 맡는 등 2000년 이후 급증한 히스패닉 인구를 겨냥해 NFL이 로페즈와 샤키라를 무대에 올렸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가 제창에서는 한인 2세인 크리스틴 선 김이 아시아인으로선 처음으로 수화 공연을 선보여 역시 시선을 받았다. 그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공연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하며 “나의 참여가 유색인종 장애인을 둘러싼 여러 고정관념을 깨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2-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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