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하나 보냈더니 다른 사기꾼이 그 자리 차지”…조국·秋 지칭한 듯
“새보수당에 ‘하고 싶다’ 의사 먼저 전달”“검경 너무 세…수사기관 분권화 하고파”
“큰 당만 가는 게 민주주의 아냐”
金, ‘검경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항명성 사의
檢 내부망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 맹비난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퇴보”
정부·여당 수사권 조정안 반대하다 좌천
‘검사내전’ 책 써 베스트셀러 올라
새보수당 입당 인사말하는 김웅 전 검사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 1호인 김웅 전 검가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2.4/뉴스1
김 전 부장검사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보수당 입당식에서 “제가 잘하는 일은 사기꾼 때려잡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반칙과 특권이 감성팔이와 선동을 만나면 그게 그냥 개혁이 돼 버리고 구미호처럼 공정과 정의로 둔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하나의 사기꾼을 보내고 났더니 다른 사기꾼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기꾼’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피했더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2.3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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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 연합뉴스
이어 “그래서 폭풍 속으로 한번 뛰어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이 전날 검사들에게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기됐다며 상명하복 문화를 벗어나라고 주문한 데 대해선 “구단주가 선수들에게 ‘감독 말 듣지 말라, 코치도 바꿀 테니 너희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얘기하는 것으로 들렸다”면서 “선수는 구단주가 아니라 팬들을 위해 뛰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유 위원장에게) 같이 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좀 완곡하게 전달드렸고, 그런 과정에 어떤 형태로 (새보수당에) 참여하는가에 대해선 많이 설득받고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웅 전 부장검사 환영하는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사내전’ 저자인 김웅 전 부장검사 영입 행사에서 김 전 부장검사를 환영하고 있다. 2020.2.4 연합뉴스
이어 “항상 세만 따르고 살 순 없다. 그래서 다른 당은 아예 접촉도 안 했다”며 새보수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 “권세나 힘 있고 이런 거 필요 없이 국회 다니면서 새보수당 사람들을 만나보니 기백이 있고, 말을 잘 들어주더라”고 말했다.
여기서 ‘큰 당’ ‘다른 당’은 김 전 부장검사와 마찬가지로 정부·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냈던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소개받으며 환하게 웃는 김웅 전 검사
새로운보수당 인재영입 1호인 김웅 전 검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의 소개를 받고 있다. 2020.2.4/뉴스1
김 전 부장검사는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하다 지난해 7월 수사 실무를 맡지 않는 연구직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입당과 관련해 “남이 손가락질 할까봐 피하고 있는 게 부끄러웠다”면서 “어차피 욕하려면 욕하는 거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내가 부끄럽게 살겠나 싶어 한 번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새보수당은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입당식을 열었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전 부장검사 영입 행사를 열어 “검사들이 이런 기개를 갖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새보수당 영입 행사에서 인사말 하는 김웅 전 부장검사
‘검사내전’ 저자인 김웅 전 부장검사(가운데)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영입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2.4 연합뉴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었다. 이후 법무연수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달 14일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사의를 표명하며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맹비난했다.
또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비판한 뒤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올렸다.
자신의 형사부 검사 시절 사건 이야기를 담은 책 ‘검사내전’을 썼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환영 꽃다발 받는 김웅 전 부장검사
‘검사내전’ 저자인 김웅 전 부장검사(왼쪽 네 번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영입행사에서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0.2.4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