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윤석열 겨눈 추미애 “檢, 상명하복 문화 박차고 나가라”

윤석열 겨눈 추미애 “檢, 상명하복 문화 박차고 나가라”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0-02-03 18:03
업데이트 2020-02-03 18: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검사 임관식·전입 신고식 등에서 거듭 강조

“검사동일체,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져”
“하지만 아직도 검찰 조직 상명하복 문화”
“민주적 통제 시스템 잘 지켜야” 강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2.3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2.3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3일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바탕을 둔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권을 행사할 때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 관계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일 전 검사동일체 원칙을 강조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눈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최근 검찰 사건처리 절차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이로 인해서 국민들께 불안감을 드린 것을 법무부 장관으로서 안타깝게 여긴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또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검찰 조직에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며 “여러분은 그것을 박차고 나가서 각자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보석 같은 존재가 돼 국민을 위한 검찰로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검사 전입 신고식에서도 “검사는 독임제 행정관청으로서 개개의 검사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지만 사전적 통제와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결재절차를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민주적 통제 시스템을 잘 지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동일체 원칙은 2004년 폐지됐고 대신 지휘·감독 관계로 변화된 만큼, 상명하복 관계에서 벗어나 이의제기권 행사 등 다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준수해 실체적 진실 발견의 전제인 절차적 정의에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미지 확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31일 검사 전출식에서 “어느 위치에 가나 어느 임지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여러분들의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추 장관이 이런 윤 총장의 발언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이날 검사 전입식에서 “형사절차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 못지않게 절차적 권리 보장, 절차적 정의가 중요한 가치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며 추 장관을 거들었다.

이 지검장은 최근 윤 총장과 이견을 보인 사건 처리와 관련해 “기소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해 그런 취지를 총장님께 건의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신임 검사들에게 수사 전문가 아닌 법률 전문가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 ‘검사내전’을 예로 들며 “여러분들 중에는 진영지청의 차명주 검사가 로망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간다면 ‘산도박’을 잡기 위해 변장하는 차명주 검사는 있을수가 없다”며 “오히려 ‘어퓨굿맨’이라는 오래된 미국 영화에 나오는 데미 무어가 여러분의 로망일 수가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앞에 놓인 피의자나 또는 기소된 피고인을 상대로 하는 당사자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나 피고인의 유리한 증거를 수집해야하는 객관 의무가 있다는 것을 구체적 사건에서도 잊지 말고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이어 열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도 검찰 조직에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추 장관은 “감찰권을 행사한다든지, 보고사무규칙을 통해 사무보고를 받고 일반 지시를 내린다든지, 인사를 한다든지 이런 지휘 방법과 수단이 있다”며 “(검찰이) 아직까지 그걸 실감있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피의사실공표가 형법에 있는 죄명임에도 불구하고 사문화돼 있다. 그걸 살려서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큰 개혁”이라며 “이른바 형사사건 공개금지를 규칙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에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후속 법안 마련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추 장관은 “이제 겨우 국회에서 개혁할 수 있는 법률이 통과됐다. 보통 다른 일들은 시작이 반인데, 이건 시작이 시작”이라며 “지금까지는 원론적이었다면 앞으로는 실행 가능하게끔 구체적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