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법원, ‘잠정 결론’ 이례적 공개 이유는?

입력 : ㅣ 수정 : 2020-01-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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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항소심’ 선고공판 연기 이유 설명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에 심리 집중
“공모관계·가담정도 밝혀야 최종 결론 가능”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1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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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1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드루킹 일당이 준비한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김경수 지사가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는 잠정 판단을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김민기 최항석 부장판사)는 당초 21일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고공판을 전날 갑작스럽게 취소하고 변론 재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24일 예정됐던 선고 공판이 지난 20일로 한 차례 미뤄진 데 이어 두 번째 연기된 것이다.

●2번의 선고 연기…법원 “김경수, 킹크랩 시연회 참석은 사실”

그리고선 이날 재개된 심리에서 그 동안 진행된 ‘시연회 참석 여부’가 아니라 이를 본 뒤에 개발을 승인했는지 등 ‘공모 관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론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것에 죄송하다”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사건을 적기에 처리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간 재판에서 쌍방이 주장하고 심리한 내용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피고인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하고, ‘킹크랩’을 시연했는지 여부에 집중됐다”고 했다.

이어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김경수)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그 동안 김경수 지사 측이 항소심에서 ‘킹크랩 시연’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집중적으로 펼쳐온 방어 논리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잠정적 결론을 바탕으로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에 공모했는지 판단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례와 법리에 비춰 볼 때, 우리 사건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 특검과 피고인 사이에 공방을 통해 추가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추가 심리에 필요하다고 제시한 쟁점들
사진은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 5월 1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2019.5.15 연합뉴스

▲ 사진은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 5월 1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2019.5.15 연합뉴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한 쟁점들을 정리해 발표했다.

첫째는 “킹크랩 시연회를 본 김경수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드루킹 일당 진술의 신빙성 여부다.

둘째는 드루킹이 ‘단순한 지지자’였는지, 아니면 김경수 지사와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드루킹이 언론 기사 목록과 함께 “처리했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김경수 지사가 문제 삼지 않은 이유도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또 19대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김경수 지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당시 문재인 후보의 여론 형성을 위한 조직으로 어떤 것이 있었는지도 심리할 대상으로 꼽았다.

이 밖에도 댓글 조작으로 인한 피해자인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들의 실제 피해 상황을 확인할 자료, 각 댓글 조작 범행 사례 중 김경수 지사가 공모했다고 볼 분류 내용 등 자료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다 보니 심리도 이 부분에 집중됐다”면서 “킹크랩 시연에 피고인이 관여했음을 전제로 하는 추가적 심리에는 나설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재판부가 요구한 부분에 관한 주장과 증명을 해 달라”면서 “그 심리 결과는 피고인의 죄 성립 여부, 책임 정도,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공모 관계’ 규명에 달렸다

항소심 재판부의 설명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 동안 재판은 김경수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를 놓고 집중적으로 공방이 벌어졌다. 김경수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 자체를 하지 않았다면 킹크랩 사용을 승인했다거나 댓글 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힘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김경수 지사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즉 ‘공모 관계’ 여부가 규명돼야 죄 성립과 책임 정도, 양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두 번이나 선고를 미루게 된 것은 시연회 참석 여부를 놓고 집중적으로 심리를 벌이느라 ‘공모 관계’를 심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선고를 하기 전 이례적으로 ‘시연회 참석은 사실’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공개한 것이다.

●재판 장기화 불가피…법원 인사로 재판부 교체 가능성도
김경수, 77일 만의 석방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보석 허가로 17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2019.4.17  연합뉴스

▲ 김경수, 77일 만의 석방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보석 허가로 17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2019.4.17
연합뉴스

재판부는 2월 21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3월 4일까지 양측의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받겠다고 시한을 정했다.

이어 3월 10일에 다음 변론 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추가 심리가 이어짐에 따라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2월 24일 법원 정기인사에서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와 최항석 부장판사가 인사 대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건의 주심인 김민기 부장판사는 인사 대상자가 아니다.

재판부는 “재판이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사건에 대해 국민 누구라도 수긍할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체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유죄가 인정될 경우 책임에 부합하는 엄정한 형을 정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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