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날씨 모두 안전하다고 했는데… 눈사태에 묻힌 해외봉사

입력 : ㅣ 수정 : 2020-01-2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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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 교사 4명 실종
“초등 2, 3학년 학생도 다니던 평범한 길”
갑작스런 폭설·폭우 탓 하산 중 ‘와르르’
거리 두고 뒤따르던 5명은 대피 화 면해

충남교육청, 8년 전 낙후지 지원 도입
교육청이 비용 80% 교사가 20% 부담
일각 “연수 가장해 단체관광” 비난도
네팔 교육 봉사활동에 참가한 충남도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2팀 단장인 A씨가 공항에서 현지 상황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팔 교육 봉사엔 충남교육청 소속 3개 팀이 파견됐으며, 현지 일정을 모두 마친 2팀은 이날 오전 5시쯤 귀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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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교육 봉사활동에 참가한 충남도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가운데 2팀 단장인 A씨가 공항에서 현지 상황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팔 교육 봉사엔 충남교육청 소속 3개 팀이 파견됐으며, 현지 일정을 모두 마친 2팀은 이날 오전 5시쯤 귀국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2, 3학년 학생들도 평범하게 다니는 트레킹 길이었기 때문에 사고를 당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19일 오전 5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충남도교육청 해외 교육봉사단 2팀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7일 출국했던 2팀(교사 14명)은 이틀 전 3팀이 사고를 당하자 서둘러 귀국했다. 사고가 난 3팀 11명 중 생존자 7명은 아직 현지에 체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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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10시 30분쯤(현지시간)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트레킹하던 중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3팀)은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하산하다가 눈사태를 만나 사고를 당했다. 사고 장소는 해발 2920m 지점인 히말라야 로지(대피소) 인근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안나푸르나 데우랄리(해발 3230m)에서 한국인이 많이 가는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코스로 더 가려다 갑자기 기상이 악화돼 하산을 결정했다. 날씨가 좋았다가 갑자기 엄청난 폭설과 폭우가 쏟아졌다. 봉사단 11명 중 컨디션이 좋지 않은 2명을 제외한 9명은 전날 시누와(해발 2340m)를 떠나 데우랄리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 트레킹을 계속할 계획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하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산하던 중 산장인 로지(해발 2920m)를 좀 지났을 때 앞서가던 이모씨 등 교사 4명이 현지 가이드 2명과 함께 산사태에 휩쓸렸다. 거리를 두고 뒤따르던 나머지 교사 5명과 가이드는 재빨리 로지 게스트하우스로 대피하면서 화를 면했다. 2팀의 한 관계자는 “악천후가 있었다면 미리 교육청에 연락했을 텐데 저희가 전혀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통신이 두절돼 있어 현지인들 연락은 잘 안 되고 오히려 방송을 보는 저희가 더 빨리 (사고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들은 평범한 코스에 날씨도 좋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고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그 구간이 눈사태가 거의 없는 곳인데 이번 사고는 지구온난화로 녹은 눈이 산과 바위에 붙고, 그 위에 또다시 눈이 여러 번 쌓였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쏟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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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복 충남교육청 교육국장은 “3팀 교사 11명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학교가 다르다. 생존 교사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접촉을 삼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봉사 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도교육청에 제출한 일정 계획서에 따르면 이들은 13일 인천공항을 떠나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해 이튿날인 14일 포카라로 이동한 뒤 산악박물관 탐방과 자전거 트레킹을 하고 15일부터 이틀간 간두룩 비렌탄티 학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이어 사고가 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다시 트레킹을 하고 22일부터 이틀간 포카라 중학교와 카트만두 공부방에서 교육물품 전달과 교육봉사를 벌인다. 24일엔 카트만두 시내탐방 일정도 있다. 교육봉사 일정보다 트레킹 일정이 더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13일 한국에서 출발해 도착해서 짐 풀고, 카트만두에서 안나푸르나 3200m 고지까지 가려면 3일은 걸리는데 17일에 트레킹을 했다면 봉사는 안 했다는 거다. 이게 연수인지, 단체관광인지 안 보이냐. 연수를 가장해 물처럼 세금 쓰는 단체관광을 없애야 한다”고 비난했다. 김유태 도교육청 장학관은 “해외 교육봉사 프로그램은 현지 학생이 주말에 등교하지 않아 현지 문화를 배우거나 트레킹을 하는 등 자율적으로 계획하는 것으로 공모할 때도 교육 봉사활동과 자율활동이 반반 정도 된다”고 해명했다.

충남교육청의 해외 교육봉사 프로그램은 2012년 전국에서 처음 도입돼 여름·겨울방학을 활용해 8년째 하고 있다. 취지는 교육기부를 통해 낙후된 나라 학생들의 배움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한국 문화를 전달하고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심사를 통과하면 교육청이 비용의 80%, 교사가 20%를 부담한다. 교육청 지원 한도는 1인당 최대 200만원이다.

김 장학관은 “이건 항공료, 숙박비 등으로 쓰이고 학교에 전할 학용품과 교육재료비 등은 교사가 1인당 100만원 안팎을 더 거둬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교사들이 참가팀을 구성해 공모하면 대상 국가를 제시한다. 이번에 네팔, 라오스, 미얀마 3개국에 교사 60여명이 참가했고 이 중 네팔로 3개 팀 39명이 갔다.

김 장학관은 “비난 댓글이 쇄도하지만 낡은 교실 페인트칠해 주기 등 힘든 일도 많이 해 귀국 후 입원하는 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도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사업으로 해외 서울교육봉사단을 꾸려 지난해 8월 9박 11일 일정으로 교사 15명을 동티모르에 파견해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했다. 교사 체험 외에도 각 지방교육청은 위탁업체를 끼고 학생들의 해외 체험 및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네팔에는 전남도교육청이 주관한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 히말라야 팀’에 참가한 학생 및 교사 21명도 있었다. 이들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을 하려고 했다가 눈사태 소식을 듣고 곧바로 철수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서울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0-01-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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