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월성1호기’ 경제성, 산업부 직권남용 뇌관 되나

입력 : ㅣ 수정 : 2020-01-1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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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주체별 널뛰기… 새달 감사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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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부족 이유 지난달 영구정지 결정
회계법인 초안엔 “1778억 경제성 있다”
MB땐 1648억 이익… 심상정 “적자 심각”
감사원, 지표 왜곡 결론땐 한수원도 배임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영구정지 결정을 받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을 분석한 시기나 주체에 따라 계속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을 낳는다. 감사원이 다음달 발표할 감사 결과에 따라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무 부처 산업통상자원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14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한수원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1380억원의 이익이 나고, 즉시 멈추면 39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 계속 가동과 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1778억원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이용률(실제 발전량을 발전 가능량으로 나눈 값)을 70%로 가정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2001~17년 월성 1호기 평균 이용률이 79.5%였던 걸 근거로 삼았다. 생산전력 판매단가는 2017년과 같은 ㎾h당 60.76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 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연 뒤 경제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가정들이 대거 바뀌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월성 1호기 이용률이 60%로 10% 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판매단가도 48.78원(2022년 기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보고서에선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91억원의 손실이 나고, 즉시 가동을 중단하면 315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바뀌었다. 계속 가동하는 게 멈추는 것보다 224억원의 경제성만 있다고 분석된 것이다. 초안보다 8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정 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지표를 실제보다 불리하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객관적인 기준과 사실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반박했다. 한수원도 “월성 1호기 이용률을 낮춘 건 최근 3~10년치 평균을 감안한 중립적인 수치였다”며 “회계법인이 도출한 결과는 회계전문 교수와 다른 회계법인의 자문 등을 거쳐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찌됐든 회계법인의 최종 결론은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것이었지만, 한수원의 결정은 달랐다. 월성 1호기의 ㎾h당 판매단가가 발전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 원전이란 점을 부각해 원안위에 영구정지 신청을 냈고, 지난달 받아들여졌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논란은 10년 넘게 지속된 해묵은 논쟁이다. 한국전력연구원은 2009년 월성 1호기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자 분석을 실시해 1648억원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2014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은 월성 1호기 재가동 시 1462억~2269억원의 적자가 난다는 상반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논란은 감사원이 다음달 감사 결과를 내놓아야 정리가 될 전망이다. 감사원이 판매단가 조작으로 결론 내면 한수원 이사진은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산업부도 월성 1호기 경제성 지표를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원전의 안전성을 판정하는 원안위와 경제성을 측정하는 한수원,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20-01-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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