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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청와대 자료제출 거부’에 압수수색 결국 빈손 철수

검찰, ‘청와대 자료제출 거부’에 압수수색 결국 빈손 철수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1-10 22:55
업데이트 2020-01-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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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압수대상 특정 안돼” vs 檢 “상세한 목록까지 교부했다”

靑 “공무소 절차로 자료 요청하면 응했을 것”
고민정 “가능한 절차 안하고 보여주기식 수사”
檢 “이미 수차례 자료제출 요구…靑 계속거부”
“압수장소·물건 적시돼 어제는 정상 압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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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입 의혹’ 靑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선거개입 의혹’ 靑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청와대 연풍문 앞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0.1.10/뉴스1
검찰이 10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위해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결국 빈손으로 철수했다.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에 압수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검찰은 ‘목록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쯤 청와대 여민관 자치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영장 내용을 두고 벌어진 청와대와의 신경전 끝에 오후 6시 20분쯤 아무런 자료를 받지 못한 채 8시간 20분 만에 철수했다.

검찰은 청와대 연풍문 등에서 압수수색 영장과 수사상 필요한 증거 목록을 청와대 측에 제시한 뒤 자료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려 했다. 자치발전비서관실의 전신인 균형발전비서관실이 송철호(71) 울산시장의 공공병원 등 공약과 관련해 생산한 자료 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았다. 검찰이 ‘범죄자료 일체’라는 취지로 압수대상을 기재해 압수대상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의제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였다고 강한 유감의 뜻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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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조직과 기능 개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1.6.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조직과 기능 개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1.6.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또 검찰이 공무소(행정관청) 조회 절차로 자료 요청을 했으면 응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기본적으로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며 이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면서 “그럼에도 청와대는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성실히 협조해온 바 있다”고 강조했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 “그러나 오늘 검찰이 가져온 압수수색 영장은 압수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면서 “단 한 가지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고 자치발전비서관실에 있는 ‘범죄자료 일체’ 취지로 압수 대상을 기재했다. 임의제출할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영장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가능한 절차를 시도하지 않은 채 한 번도 허용된 적 없는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인 것으로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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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이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 측 언급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이미 대통령비서실에 자료 임의제출을 여러 차례 요구했는데도 청와대가 낼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영장을 집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오늘 집행에 착수한 영장은 법원에서 ‘압수할 장소 및 물건’을 적법하게 특정해 발부한 것”이라면서 “같은 내용의 영장에 기초해 어제(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 등 압수수색을 정상적으로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상세한 목록을 추가로 교부해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의 ‘압수할 물건’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와대로부터) 제출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승낙·거부 의사를 명시한 서면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압수수색 절차를 더 진행할 수 없어 집행 절차를 중단했고 앞으로 필요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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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대대적인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상징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법무부가 대대적인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상징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검찰은 장환석(59)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송 시장의 선거공약 설계를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이날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전날 장 전 행정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장 전 행정관은 2017년 10월 송 시장의 측근인 정몽주(54) 울산시 정무특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과 선거 공약을 논의한 자리에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전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의 균형발전위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고문단 활동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균형발전위는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국가균형발전 정책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 장관들이 대거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검찰이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선 10일 오전 청와대 연풍문 앞의 모습. 2020.1.10 연합뉴스
검찰이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 나선 10일 오전 청와대 연풍문 앞의 모습. 2020.1.1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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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본] 검찰 ‘선거개입 의혹’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수정본] 검찰 ‘선거개입 의혹’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청와대 연풍문 앞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0.1.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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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선거 개입 의혹’ 靑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검찰, ‘선거 개입 의혹’ 靑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청와대 연풍문 앞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0.1.10/뉴스1
송 시장은 울산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2017년 12월 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됐다. 검찰은 여권 인사들이 함께 참여한 고문단을 통해 송 시장이 공약 수립과 이행에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단서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장 전 행정관을 소환해 송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던 공공병원 건립 사업이 2018년 지방선거에 활용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고위간부 인사가 단행된 8일에는 정 정무특보를 소환하고, 9일과 10일 잇따라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은 후속 인사 전에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청와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8년 12월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와 관련해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과 반부패비서관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당시 대통령경호처, 감찰무마 의혹 관련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 때 각각 임의제출 방식으로 자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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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나누는 송철호 울산시장
인사 나누는 송철호 울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1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위원장 이?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전날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설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송 시장은 선거를 앞둔 지난 2017년 12월 균형발전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됐으며, 검찰은 여권 인사들이 참여한 고문단을 통해 송 시장이 도움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1.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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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울산시장 ‘굳은 표정’
송철호 울산시장 ‘굳은 표정’ 송철호 울산시장이 1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위원장 이?취임식에 참석해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전날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설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과 이날 오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송 시장은 선거를 앞둔 지난 2017년 12월 균형발전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됐으며, 검찰은 여권 인사들이 참여한 고문단을 통해 송 시장이 도움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1.10/뉴스1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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