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이란 대미보복 공격 속 美 파병 요청에 靑 “교민 안전 최우선”

이란 대미보복 공격 속 美 파병 요청에 靑 “교민 안전 최우선”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1-08 17:18
업데이트 2020-01-08 17:1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美대사 압박한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신중히 대처”…시름 깊어지는 靑

“교민 안전 이미 많은 조치 내렸다”
“외교부, 현지 당국과 긴밀 협의 중”

“시시각각 보고 받아 상황 예의주시”
美대사 “韓 중동에 병력 보내길 희망”
중동 에너지 의존 높아 경제대책회의 계속
원유 70%·LNG 38% 이상 중동산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 예정대로
이미지 확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조직과 기능 개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1.6.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조직과 기능 개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0.1.6.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란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중동에 병력 파병을 요청 받았던 청와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미군기지 공격을 감행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을 지원하는 동맹국도 공격 대상이라고 천명했다. 청와대는 8일 “교민 안전이 최우선이며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군사동맹국이자 남북관계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8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이란 상황과 관련해 교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외교부가 중심이 돼 현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청와대는 현재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이후 브리핑에서 “지금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교민의 안전 문제와 경제에 미칠 영향”이라면서 “교민의 안전과 관련해 이미 많은 조치가 이뤄졌다.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경제 관련 모든 부처에서 계속 대책회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날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도록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향해 12발의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보도하는 이란방송. 트위터 캡처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향해 12발의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보도하는 이란방송. 트위터 캡처
8일(현지시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내 알아사드 공군기지로 추정되는 지역에 미사일이 떨어져 폭발하는 모습.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새벽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숨지게 한 미국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알아사드 공군기지 로이터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내 알아사드 공군기지로 추정되는 지역에 미사일이 떨어져 폭발하는 모습.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새벽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숨지게 한 미국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알아사드 공군기지 로이터 연합뉴스
이는 중동이 한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국내 원유·가스의 중동산 비중은 지난해 1∼11월(추정치) 원유 70.3%에 달하며 액화천연가스(LNG)도 38.1%로 높은 수준이다. 청와대는 인근을 운항하는 선박 안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이란혁명수비대는 지난 3일(현지시간)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사살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날(8일) 새벽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 연합군 기지 등에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란의 공격시 문화유적지를 포함한 52곳을 공격지점으로 정해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위협한 데 이어 이날 보복 공격 이후 트위터에 “우리는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란 과의 전면전 우려를 높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이 엄중한 만큼 신중하게 대처하려고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이미지 확대
‘억류 英 유조선’ 주변서 순찰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억류 英 유조선’ 주변서 순찰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이란에 나포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21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의 항구도시 반다르 아바스 연안에 정박한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보트가 유조선 주변에서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시리아로 원유를 판매한다며 이란 유조선을 나포하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스테나 임페로 호 억류로 맞대응했다.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한 데 대해 “앞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보도자료에서 밝힌 입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밤 KBS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면서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한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위한 공동방위’ 동참을 요구해온 미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 같은 논리다.

청와대는 지난 6일 긴급 NSC 상임위 회의 후 보도자료를 내고 중동지역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12월 12일 NSC 상임위 회의 때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미지 확대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 부산작전기지 출항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 부산작전기지 출항 13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기지에서 출항을 앞둔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이 정박해 있다. 강감찬호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선박호송과 해적퇴치 임무 등을 수행하며 이날 오후 출항한다. 이번에 파병되는 강감찬함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에 우리 정부가 참여를 결정하게 될 경우 뱃머리를 돌려 중동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9.8.13 연합뉴스
이를 두고 당시 일각에서는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수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후 정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을 뿐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6일 긴박해지는 중동 정세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일본 관계 선박의 항행 안전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해상자위대를 중동에 파견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충돌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 현지시간 8일로 예정된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아직 특별한 일정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정에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이란의 탄도미사일 샤하브.  EPA 연합뉴스
이란의 탄도미사일 샤하브.
EPA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이란 혁명수비대의 탄도 미사일 ‘젤잘’.  EPA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의 탄도 미사일 ‘젤잘’.
EPA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고위급 협의 참석 차 전날 미국으로 향했고,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만나 대북 대응책을 논의한다.

이번 협의는 북한의 ‘충격적 실제행동’ 예고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신년사에서 남북협력 증진 기조를 천명한 만큼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한미일 또는 한미 간 별도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추진·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남북협력 방안을 두고 해리스 대사가 인터뷰에서 “미국과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한미 간에 수시로 소통을 통해 여러 사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한 나라의 대사가 한 말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답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이란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의 알 아사드 미군공군기지에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모습. 2020.1.8  AP 연합뉴스
이란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의 알 아사드 미군공군기지에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기지를 방문했을 당시 모습. 2020.1.8
AP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  서울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
서울신문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