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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군부 일인자’ 솔레이마니 제거...美 ‘참수작전’일까

‘이란군부 일인자’ 솔레이마니 제거...美 ‘참수작전’일까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1-03 18:14
업데이트 2020-01-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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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명령…“솔레이마니 제거, 강력한 군사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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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현지시간) 미군의 미사일 폭격으로 제거된 이란 정예군 쿠드스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가운데)가 2016년 9월 테헤란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한 모습. AP자료사진
3일 오전(현지시간) 미군의 미사일 폭격으로 제거된 이란 정예군 쿠드스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가운데)가 2016년 9월 테헤란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한 모습. AP자료사진
미국이 3일(현지시간) 이란군 일인자인 거셈 솔레이마니(63) 사령관을 폭사시킨 것은 적의 핵심 수뇌부를 단박에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이었나. 미국방부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솔레이마니 장군을 폭사시켰다고 밝혔다. 참수작전 여부와는 별개로, 미군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것은 트럼프가 여태까지 사용한 군사력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평가했다.

미군이 이날 오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솔레이마니가 탑승한 차량을 미사일로 공습했다. 미사일은 미군 드론에서 발사됐다. 미군의 공습으로 솔레이마니와 함께 이라크에서 반미 활동을 벌이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등 8명이 숨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가혹한 보복” 경고… 추모기간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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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이란 정예군 쿠드스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미군의 미사일 공격을 맞아 불타고 있다. 미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솔레이마니 장군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AP 연합뉴스
3일 오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도로에서 이란 정예군 쿠드스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미군의 미사일 공격을 맞아 불타고 있다. 미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솔레이마니 장군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AP 연합뉴스
이란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오전 긴급 성명에서 “그의 순교는 그의 끊임없는 평생의 헌신에 대한 신의 보상”이라며 “그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사흘간 추모 기간을 선포했다.

솔레이마니 ‘이란 실질적 2인자’… 영향력 대통령 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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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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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인 솔레이마니가 계급은 비록 소장이지만 그가 하메네이 다음으로, 이란의 사실상 ‘권력 서열 2인자’이다. 쿠드스군이 혁명수비대의 해외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만큼 그는 중동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레바논 헤즈볼라·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정책과 작전을 설계하는 핵심이다. 혁명수비대는 정치권과 경제계까지 영향력이 큰 만큼 이란에서 그의 존재감과 실제 권력은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4년 주기의 대통령 선거 때마다 솔레이마니는 항상 보수 세력의 지지 속에 출마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그는 출마를 거듭 부인해 왔지만 보수 세력의 절대적인 지원에 ‘언젠가는 한 번 출마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라앉지 않았다. 차기 국가지도자를 예약했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왔다.

이란서 ‘영웅’…미국서 ‘눈엣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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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 대한 미군의 폭격에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2015년 7월 모습. AFP자료 사진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 대한 미군의 폭격에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2015년 7월 모습. AFP자료 사진
미국은 2007년 그가 이끄는 쿠드스군을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쿠드스군은 2만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에선 영웅 대우를 받아온 솔레이마니는 반대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는 ‘눈엣가시’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혁명수비대 가운데서도 쿠드스군을 테러를 지원하는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 미국 대사관 습격과 방화, 미군 시설에 대한 미사일 폭격 등으로 어지럽다. 이와 관련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게임이 바뀌었다”며 “이란의 추가 도발 조짐이 보이고 충분히 위험하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에스퍼의 말대로라면 은밀한 움직임을 특징으로 하는 참수작전과는 다소 다르다.

‘핀셋 제거’… 수뇌부 무력화 ‘참수작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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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자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AFP 자료사진
이란 최고자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AFP 자료사진
지난 10월 미국 특수부대가 수니파 극단적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수괴인 바크르 알바그다디(48)를 제거하듯 참수작전으로서 이란군부 일인자인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면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견해가 많다.

이슬람공화국인 이란은 사망한 솔레이마니를 순교자로 만들고 보복 의지를 불태우게 함으로써, 투쟁 의지를 꺾고 지휘부를 와해시키는 참수작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최고통치자 하마네이의 최측근이자 군부 일인자가 제거됐지만 이란 군대와 이란의 실질적 통치자인 하메네이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지만 건재하기 때문이다. 드론 공격으로 눈엣가시인 그를 핀셋 제거한 것에 불과하다.

‘아들’ 부시·오바마, 솔레이마니 제거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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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부 실세 사망’에 기뻐하는 이라크 반정부 시위대
‘이란 군부 실세 사망’에 기뻐하는 이라크 반정부 시위대 이란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라크 반정부 시위대가 3일(현지시간) 수도 바그다드의 타흐리르 광장에 설치된 천막 주변에서 기뻐하고 있다. 바그다드 AFP 연합뉴스
미국은 두 달째 이어진 이라크 등에 있는 미군시설에 대한 포격, 최근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시위대의 습격과 방화를 솔레이마니가 지원하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펜타곤은 이날 오전 성명에서 “솔레이마니 장군과 쿠드스군은 미국과 동맹군 수백명의 사망과 수천명 이상의 부상에 책임 있다”며 “이번 타격은 이란의 향후 공격 계획을 저지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성명을 미뤄 미군이 그를 공격 표적으로 삼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 ‘아들 대통령’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는 이란 대 미국의 전쟁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그의 제거 조치를 거부했다고 NYT가 전했다.

“美, 이란 2인자 암살” vs “이란 정권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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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사망이 발표된 뒤 아무런 설명 없이 성조기 이미지 만을 띄워 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캡처.
2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사망이 발표된 뒤 아무런 설명 없이 성조기 이미지 만을 띄워 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캡처.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코네티컷주 하원의원인 크리스토퍼 머피는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적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미국이 의회 승인 없이 이란 2인자를 암살을 했고, 대규모 지역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트위터로 비판했다.

반면 민주방위재단 이사장인 마크 두보위치는 “과거 23년동안 솔레이마니는 미국 합동특수작전사령관이자 중앙정보부(CIA) 국장과 마찬가지”라며 “그의 제거로 혁명수비대와 하메네이 정권에 큰 타격을 줬다”고 NYT에서 주장했다. 사태의 엄중함을 안듯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특별한 언급 없이 국기인 성조기만 게재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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