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일 뭉개다 표결 직전 깜깜이 수정안… 이러려고 패트하나

입력 : ㅣ 수정 : 2019-12-3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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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 국회’ 패스트트랙 무용론 비등
민생법안, 정쟁 발목 피하려 도입했지만
선거법·공수법 등 막판에 수정하는 꼼수
원안과도 달라 여야 짬짜미 도구로 악용
“상임위 미논의 내용 수정안서 배제”지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을 앞둔 30일 여야는 마지막 신경전을 벌였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법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민(왼쪽) 최고위원, 이인영 원내대표.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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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을 앞둔 30일 여야는 마지막 신경전을 벌였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법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민(왼쪽) 최고위원, 이인영 원내대표.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을 앞둔 30일 여야는 마지막 신경전을 벌였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모습. 왼쪽부터 심재철 원내대표, 황 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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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을 앞둔 30일 여야는 마지막 신경전을 벌였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모습. 왼쪽부터 심재철 원내대표, 황 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안이 연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정국까지 거치며 국회 문턱을 간신히 넘고 있지만, 막판에 쏟아지는 ‘깜깜이 수정안’으로 패스트트랙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에 꼭 필요한 법안이 정쟁에 발목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패스트트랙이 ‘여야 짬짜미’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회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극렬히 반대하는 가운데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쪼개기 임시국회’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특정 정당의 반대로 필요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상임위원회 심의(180일), 법제사법위윈회 체계·자구심사(90일), 본회의 부의(60일) 등 최장 330일의 숙려 기간을 거치면 패스트트랙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여야가 충분히 협의해 최선의 법안을 도출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여야는 원안에 대해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가 표결이 다가오면 급히 수정안을 만드는 식의 꼼수를 쓰고 있다. 올해 4월 발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23일에야 벼랑 끝에 몰린 4+1 협의체가 수정안을 급조했고, 3일 뒤인 27일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원안에서 수정안으로 바뀌며 75석이었던 비례대표 의석수는 기존과 동일한 47석으로 축소됐고, 석패율제는 제외됐다. 비례성 확대라는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도 올해 4월 발의된 후 계속 잠만 자다가 본회의 표결이 임박한 지난 24일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추가된 수정안이 갑작스레 발의됐다. 이에 검찰은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했고,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28일 또 하나의 수정안을 발의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원안의 내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대국민 토론회는커녕 국회 상임위에서조차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 수정안에 담겨 처리되는 지금의 패스트트랙은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패스트트랙에 330일의 숙려 기간을 준 건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합의된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것인데, 지금은 막판에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담긴 수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상임위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은 표결 직전 수정안에 담을 수 없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19-12-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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