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삼의 시시콜콜] 한국당이 ‘괴뢰(傀儡) 정당’ 만들면 의석수 늘까?

입력 : ㅣ 수정 : 2019-12-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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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열린 ‘선거법 날치기 저지대회’에 참석한 심재철(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가 무언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열린 ‘선거법 날치기 저지대회’에 참석한 심재철(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가 무언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연단에 선 심재철 원내대표의 표정은 결연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좌파연합세력이 연동형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당으로서는 일종의 협박이었다. ‘형식상으로는 독립적이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단체에 종속되어 그의 말을 따르는 단체나 정권’인 ‘괴뢰(傀儡) 정당’을 만들 테니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하지 말란 경고이기도 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거나 민주주의를 조롱하려는 저열한 꼼수에 더욱 가깝지만 말이다. 모든 민생법안에까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소수의견을 알리기 위한 의회민주주의의 수단을 기괴하게 사용했던 전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꼼수의 백미’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합의했음에도 이후 일관되게 합의 정신을 부정해왔던 한국당이다. 오히려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축소 등 정치개혁, 선거제 개혁에 역행하는 안으로 여야 협상 자체를 거부해왔다. 국회법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는 불가피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폭력과 기물 파손, 동료의원 감금 등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위법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진지한 선거제 개혁 논의를 어렵게 만든 데에는 한국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재미있는 점은 민주당 일부 의원이 즉각 ‘화답’했다는 사실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대놓고 협박한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역대 자유한국당 정당득표율은 어떤 상황하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다. 심지어 2004년 노무현 탄핵 국면에서도 여론조사에서는 형편없이 나왔지만 결과는 36%를 얻었다”라고 적었다. 그래서 “그렇게라도 한국당이 반칙을 하겠다면 그에 맞서겠지만 결국은 한국당이 얻을 것이 없다”라며 “마찬가지로 4+1에 들어와있는 야당들도 위성정당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연동형의 캡을 절반 이하로 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씁쓸하다. 이미 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각 정당의 이해관계 셈법에 따라 ‘누더기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후퇴하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셈이다.

그런데 심 원내대표 공언처럼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진짜 한국당이 비례대표를 확 늘릴 수 있을까. 민 의원은 “일각에서는 비례 50석 중 30석을 (한국당이) 가져갈 거라는 시뮬레이션을 내놓는다”고 전했다. 이게 진짜 가능할까. 일단 ‘비례한국당’이 별도로 선관위에 정당으로 등록돼있다. 한국당은 별도의 이름으로 괴뢰(傀儡) 정당, 혹은 위성 정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다른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이 금지돼있다. “후보 투표는 한국당에 하고, 정당 투표는 우리 찍지 말고 우리의 괴뢰 정당에 투표하라”는 발언은 선거법 위반이 된다. 또한 다른 정당 경선에 개입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돈 없는 정당을 운영할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이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당이 자신들의 괴뢰정당을 만들어도 ‘250석(지역)+50석(비례)’, 그리고 연동형캡 30석 한도 내에서 움직인다면 그 괴뢰정당이 얼마나 많은 정당득표를 얻으며 선전할 지는 미지수다. 만약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5% 정도 표를 보내준다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방식으로 1~2석에, 기존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최소 1석 정도를 합쳐 2~3석이 가능하다. 만약 10% 정당득표를 얻으면 5석이 된다. 한국당의 정당득표를 갉아먹고, 또다른 ‘형제 정당’인 우리공화당에 대해 ‘팀킬’이 될 부분은 빼고 말이다.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꼼수의 결과물치고는, 또 현행 선거법, 정치자금법의 늪을 빠져나온 대가치고는 너무 아쉬운 결과물이 될 것 같다.

현실성도, 정치적 이익도 없는 안을 가지고 선거제 개혁 움직임을 훼방하려는 의도는 고스란히 한국당에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국민과 의회를 우롱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하길 바랄 따름이다.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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