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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대서양 동맹 틈 보인 美, 파고 드는 中

북 비핵화·대서양 동맹 틈 보인 美, 파고 드는 中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9-12-16 14:17
업데이트 2019-12-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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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中 총리, 英 총리에 다자주의 강조
美 방위비 압박에 유럽과 벌어진 틈 노린듯
시진핑 中 주석, 북한 접경지역 경제 강조
북미 협상 흔들리자 北과 전략적 강화 포석
美 일방주의에 中 세력확대 나서고 있지만,
中도 자유무역 수호자 지위는 무리 지적도
미중 무역 합의 한시적 봉합일 뿐 이혼은 계속
한국 통상·북핵 두고 선택 압박 ‘이중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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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면서 다자주의 추진을 제안했다. 같은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에 인접한 중국 동북 지역의 전략적 지위를 강조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주의 기반으로 곳곳에서 대치국면을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그 틈을 파고 들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꾸준히 다자주의 강조하는 중국,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대한 반감 노리는 듯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14일 존슨 총리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영국 관계 발전 및 교류·협력 잠재력을 언급한 뒤 다자주의와 개방형 세계 경제의 심화 발전을 추진하는데 양국이 더 큰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지난 7월에도 존슨 총리의 당선 축전을 보냈는데, 당시에도 다자주의를 강조했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소위 ‘대서양 동맹’의 틈을 파고들려는 중국의 노력은 지난해초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유럽 각국을 연쇄 접촉하면서 두드러졌다. 당시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에 대해 프랑스, 독일 등이 반발하던 때였다.

또 시 주석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이번 G20 회의에서 ‘자유무역과 다국주의를 지키자’는 확실한 메시지를 함께 내자”고 했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및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과 만나는 등 회의 내내 미국에 맞서는 다자주의 진영의 우군 확보 행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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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영국 조기 총선 투표가 마감되고 런던의 BBC 본사 건물 외벽에 게시한 출구조사 결과 발표 화면.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제러미 코빈의 노동당에 압승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영국 조기 총선 투표가 마감되고 런던의 BBC 본사 건물 외벽에 게시한 출구조사 결과 발표 화면.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제러미 코빈의 노동당에 압승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전방위 방위비 인상 압박에 무역보복 시사도... 전통적 동맹 의미 퇴색

일방주의에 근거한 미국의 대유럽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나토 회원국을 흔들었고, 방위비 인상이 안될 경우 무역보복에 나서겠다는 언급까지 했다. 일각에서는 동맹을 ‘보호비를 내고 보호를 받는 관계’로 전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중국의 다자주의가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 역시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보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나토정상회담의 올해 공동 선언문에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은 나토가 대처할 필요가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도전”이라고 적시했다.

시 주석이 이날 북한에 인접한 중국 동북 지역의 전략적 지위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단순히 경제균형발전을 강조한 것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 기고문에서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 대해 “동북 지역의 전략적 지위가 매우 중요하며 새로운 전략적 조치로 동북 지역의 전면 부흥 실현을 추진해야 한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통합하고 경제 구조를 적극적으로 조정해 균형 발전의 산업 구조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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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도안된 100달러 지폐와 중국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이 새겨진 100위안 지폐가 양국 국기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도안된 100달러 지폐와 중국 초대 국가주석 마오쩌둥이 새겨진 100위안 지폐가 양국 국기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 지린성 등 북한접경지역 경제발전 기고... 북 이용한 미 견제?

해당 언급은 북미 간에 연말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 내부적으로는 11·5계획(2006~2010년)부터 시작된 동북진흥 계획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적으로는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하에서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의 기반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10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미 일방주의에 대한 세계 각국의 거부감을 이용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3일 1단계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됐지만, 이 역시 합의보다는 ‘봉합’이라는 분석이 많다. 본질적인 문제인 지적재산권 보호 확약, 강제기술이전 금지, 금융시장 개방, 위안화 환율 조작 방지 등은 2단계 합의에서 다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이날 ‘미중관계 악화와 중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평가’ 보고서에서 “궁극적으로, 미중 협상은 해법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이혼(decouple) 수속을 밟는 과정이라 봐도 무방하다”며 “사드, 화웨이, 남중국해 사건 등에서 경험했듯, 향후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 동시에, 앞으로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의 해법과 중국의 ‘중국 방안’ 사이에서 ‘노선 선택’ 압력을 받는 ‘2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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