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래고기 유전자 분석정확도 높지만 ‘빈 구멍’

입력 : ㅣ 수정 : 2019-12-1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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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고래고기 환부 사건
2016년 4월 울산경찰청은 밍크고래 40마리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유통업자 6명을 검거하고 고래고기 27t을 압수했다. 사진은 당시 냉동창고에 보관된 고래 고기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 2016년 4월 울산경찰청은 밍크고래 40마리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유통업자 6명을 검거하고 고래고기 27t을 압수했다. 사진은 당시 냉동창고에 보관된 고래 고기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 고래고기 환부(압류품 돌려주기) 사건’은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포경업자들에게 대거 돌려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3년 전 일이지만 최근 ‘청와대 하명수사’와 ‘검경 수사권 독립’과 맞물리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검찰이 환부의 근거로 든 고래고기 DNA 유전자 분석에 대해서도 갈등의 골은 깊다. 검찰은 유전자 분석의 신뢰도가 ‘거짓말탐지기’ 수준으로 돌려주는 게 적절했다고 말하지만, 경찰과 시민단체들은 손바닥으로 달을 가리는 격이라고 비웃는다. 서울신문은 15일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봤다.

●고래고기 유전자 분석은 부정확한가

부정확하다기보단 ‘빈 구멍’이 많다. 고래고기 유전자 분석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그물 등에 잘못 걸려 잡힌(혼획) 고래고기 유전자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기 시작한 건 2011년 1월부터다. 이전의 고래고기는 합법적 방식으로 유통됐더라도 이 유전자 DB와 교차 분석할 수 없다. 불법 포획업자의 변호사인 한모씨가 파고든 부분도 이 지점이다. 압수된 고래고기는 2011년 이전에 잡혀 냉동된 고래고기이기 때문에 수산과학원이 보유한 DB에는 없어도 불법이 아니라는 의미다.

신고가 누락된 경우도 있다. 2016년 당시만 해도 고래고기 처리 확인서는 해경이, 유전자 시료는 수산업협동조합이 하도록 했다. 혼획된 고래고기 신고가 의무조항은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구멍이 많았다. 이 때문에 2013~2017년까지 적법 유통 고래고기의 유전자 63%(값비싼 밍크고래는 78%)만 보존돼 있다.

지난해 9월 울산지검에서 열린 ‘고래유통구조 세미나’에서 이한울 울산지검 검사는 “고래고기 DNA가 보존하고 있는 DB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불법 포획된 고래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거짓말탐지기가 높은 정확성에도 10% 미만의 오류 때문에 법정에서 유죄 증거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라고 밝혔다.

●고래고기 돌려준 검찰, 정당한가

그럼에도 압수한 고래고기를 불법 포획업자에게 돌려준 것은 잘못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전자 분석 외에도 수많은 정황 증거들이 압수한 고기가 불법임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경찰이 고래고기를 압수할 당시 포경업자들은 불법 포획한 밍크고래를 해체 중이었고, 고래 1마리당 1건씩 의무적으로 발급하는 유통 증명서도 없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분석을 의뢰한 DNA 시료 34개 가운데 15개는 불법으로 확인됐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9-12-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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