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갈등 유발자’일까… 경직되고 타율적인 풍토부터 바꿔야

입력 : ㅣ 수정 : 2019-12-13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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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쟁점 분석] (23) ‘타다’ 논란으로 본 스타트업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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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렌터카 운전자 알선 허용범위를 관광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대여하는 경우, 대여시간 6시간 이상, 대여 또는 반납장소의 제한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개정안으로 인해 2019년 내내 논란이 됐던 ‘타다’ 서비스는 불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타다’ 측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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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
연합뉴스

‘타다’를 둘러싼 논쟁은 택시서비스, 특정 산업 영역에 대한 과도한 진입장벽을 거쳐 과연 한국사회가 스타트업, 더 나아가 혁신을 위한 변화를 맞이할 자세가 돼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까지 확장돼 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하게 됐다. 스타트업은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벤처기업과 유사하며, 회사의 규모로 보면 신생중소기업일 따름이다. 과거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굳이 따지자면 스타트업은 통상적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른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그리고 과거에 기존 오프라인 영역과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쩌면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우버,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단시간 내에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기업으로 급속 성장해 전 세계적인 각광을 받음으로써 커졌다.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부르면서 전 세계 많은 국가는 경쟁적으로 지원과 유치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하는 제도 틀 무너뜨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등장했던 벤처기업들과 달리 스타트업은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과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버와 그랩으로 대표되는 차량 호출 서비스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많은 나라에서 기존 택시사업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에어비앤비와 같은 서비스는 기존 주거지역의 혼잡, 각종 위생규정 위반 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경우도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그림 1).

차량 호출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극단적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국내적용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립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으며 기존 사업자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법적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 속에 소비자들은 소비자 권익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불만을 표한다. 각종 배달 서비스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없이 악화되는 노동현장에 내몰리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다. 왜 스타트업은 이렇게 많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일까.

많은 이들은 스타트업에 대해 젊은층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 놓는 기업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드러나는 많은 스타트업의 본질은 그렇지 않다. 우버를 포함한 많은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규제와 질서에 따르기보다는 이를 위반하고서라도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 이후 소비자들의 여론을 통해 지자체나 중앙정부 등 허가권자를 압박해 제도를 변화시키거나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기존 법규와 제도 및 규정의 틈을 파고들거나 모호한 지대를 공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사회적으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운송 서비스 이익은 챙기고 비용은 사회 전가

스타트업 가운데 특히 운송·배송과 관련한 서비스 모델을 살펴보면 이익은 자신에게, 비용은 사회에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 호출 서비스의 경우 사회적으로 보면 쾌적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격 및 시설요건 등에서 어떠한 비용도 치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의 경우 편리함과 비용절감을 가져다주었지만 난폭운행으로 인해 보행자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전동킥보드의 경우도 이용자는 편리함을 누리지만 보행자 입장에서 보면 이제 보도에서도 안전을 위협받게 됐으며, 보도라는 공공재는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비용지출도 없이 활용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내세우는 ‘플랫폼’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제공되는 플랫폼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사용자에게는 비용절감을, 이용자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해 주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는 경직된 고용 및 계약 관계를 넘어서 시간과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며,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반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오랫동안 힘들게 형성돼 온 고용계약, 노동자 보호 등의 제도적 틀을 무너뜨리고 있다. 초과 수당은 없으며, 주휴·월차 수당도 플랫폼 노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인맥과 전화로 이루어지던 불법파견과 호출근로가 이제 앱과 인터넷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중간착취와 불안정노동이라는 형태는 동일할 수도 있는 것이다(그림 2).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규제와 제약을 넘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갈등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연 기존의 관행과 질서를 무너뜨릴 만큼 이들 서비스가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존재들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동혁신´ 과정에서 극렬한 대립과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데 비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어떻게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을까.

●미국은 소비자 편익·장점 살리며 제도권 편입

많은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기존 질서에 대해 반항적이며 제도에 대해서도 순응보다는 대립하는 데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사회가 스타트업의 위반행위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 그리고 사회적 신뢰 수준과 자율성에 따라 스타트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소비자 편익에 대해 주목하며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주차장이나 도로변에 주차돼 있는 차량이 앱으로 주유를 신청하면 유조차가 와 주유를 해 주는 이동주유의 경우 화재 위험으로 인해 논란이 될 수 있었지만, 해당 서비스를 목격한 지역 소방대장이 관련 규정의 개정과 정비를 요구하고 공무원, 사업자 및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후 관련 규정을 정비함으로써 제도에 맞서는 스타트업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속도도 빠르고 관련 이해당사자도 정비된 제도를 따르게 된다(그림 4).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자율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행정기관에 모든 문제를 맡겨 놓는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대화와 양보, 타협을 거부하고 행정당국 역시 경직된 제도운용과 기관 간 협력 부족으로 문제를 키우기 일쑤이다. 정부와 국회 등은 차량 호출 서비스를 둘러싼 극심한 갈등 속에서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도출했다. 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 중개사업 등의 새로운 사업 유형을 도입하고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사납금제 폐지 후 월급제로의 전환을 담은 합의안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변화였다(그림 3). 그렇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엉뚱하게 검찰은 ‘타다’를 법률위반으로 기소하면서 갈등을 다시 촉발시키기도 했다.

●지자체도 갈등 조정 기피, 정부 지침만 기다려

자율적 의사조정과 합의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유니콘을 꿈꾼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타다’를 둘러싼 논란은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타다’로 대표되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존재감을 상실한 것은 아마도 지방자치단체일 것이다. 여러 가지 정책과 발표를 통해 경쟁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을 내세우지만, 정작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중재와 해결보다는 규정과 중앙정부 뒤에 숨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새롭게 시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각 지자체는 자신의 여건을 고려해 허용하거나 적절한 타협 또는 필요할 경우 더 강력한 규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전동스쿠터 스타트업의 난립에 따라 소음, 안전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업체에 한해 처음 6개월 동안은 최대 625대, 이후에는 최대 2500대까지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1년 단위의 허가제를 실시함으로써 사업모델의 존속과 안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도출해 냈다. 이러한 제도에 순응하는 업체들은 계속 영업을 하지만, 기준을 따르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업체들은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사업을 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나서지 않고 각 주 또는 시 및 카운티 등 지자체별로 다양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서 스타트업의 다양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지자체는 갈등에 대한 조정을 기피하고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인 지침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양성을 부르짖지만 정작 다양성을 위한 책임과 노력은 회피하는 지자체, 그리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사회적 여론이 겹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은 가능한가’ 의문

한편으로는 스타트업 스스로도 대화와 타협, 조정을 통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제도가 정비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각종 규제와 여건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적합한 사업모델을 고민하기보다는 미국 등 해외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려 함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타트업을 한 사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의 총합이라고 볼 때 과연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은 가능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스타트업은 우리 사회에 맞지 않는 옷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규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스타트업을 위한 토양으로 부적절한 것이 아닐까. 정부가 나서서 많은 돈을 지원하고 이해당사자들을 모아 놓고 억지로 합의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우리 사회에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과물로서의 스타트업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우리의 경직되고 타율적인 모습을 바꿔 나가는 것이 진정한 스타트업 진흥 정책의 시작일 것이다. 업체들 역시 이윤추구와 더불어 사회적 변화라는 측면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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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19-12-1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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