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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초 보직 변경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법원 “공무상 사망”

소초 보직 변경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법원 “공무상 사망”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12-12 08:32
업데이트 2019-12-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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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서울신문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서울신문
국방부 “개인채무가 원인” 유족연금 지급 거부
재판부 “평소 성실…변경된 보직 걱정도 호소”

보직 변경으로 괴로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군인의 죽음을 공무상 사망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중사 A씨의 유족이 국방부를 상대로 “유족연금 지급 불가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해안경계초소의 부소초장으로 발령받은 A씨는 한달 뒤 근무지 인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에 대해 순직 결정이 나자 유족연금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A씨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이 아니라면서 유족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국방부는 A씨가 개인적 채무 때문에 괴로워했다면서 이를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부소초장으로 임명되기 전에는 성실히 임무를 수행해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면서 “부소초장으로 가기 싫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소초에서는 강제 초과근무 때문에 여러 병사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피로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적성에 맞지 않는 보직에 발령되는 데 대해 좌절감과 불안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면서 “누구라도 심각한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는 다름아닌 ‘부소초장으로서의 임무 수행’, 즉 공무에 기인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와 인지 저하는 A씨의 합리적인 판단과 긍정적인 심리 자원을 고갈시키는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면서 “이 또한 모두 공무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도 자신의 사망이 전우 등에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다”며 “그런 성품을 지닌 사람이 1900만원 정도의 채무나 이를 갚기 위한 지출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했으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공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 돼 적응 장애가 발병했고, 이 질병으로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고갈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넉넉히 추단된다”고 판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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