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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도 정화비용 댄 적 없는 미군…소파·키세 개정해 받아낸다는 정부

어디서도 정화비용 댄 적 없는 미군…소파·키세 개정해 받아낸다는 정부

이주원 기자
입력 2019-12-11 18:12
업데이트 2019-12-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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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불분명한 데다 美 소극적…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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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일 원주의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등 4개의 폐쇄된 미군기지를 즉시 돌려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사진은 폐쇄된 경기 동두천의 캠프 호비 영외 훈련장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11일 원주의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등 4개의 폐쇄된 미군기지를 즉시 돌려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사진은 폐쇄된 경기 동두천의 캠프 호비 영외 훈련장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11일 반환이 완료된 미군기지 4곳에 대해 미측과 계속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과거와는 달리 반환 이후에도 협의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1100억원대로 추산되는 정화 비용을 우리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만큼 미국이 협의에 소극적 태도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반환된 4개 기지에 대해 일단 정부가 환경 정화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오염 정화 책임에 대해 미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소파(SOFA·주한미군지위협정)를 개정해 명확한 근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껏 주한미군이 환경 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한미군은 소파에 있는 ‘시설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이나 보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환경 정화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협의 과정에서 환경오염 치유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에 대해 명확한 문서규정 합의가 없었다”며 “환경오염 정화 문제를 어떻게 소파에 반영할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미국의 자체 기준인 ‘키세’(KISE)에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키세에 따라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상복구 없이 기지를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부 관계자는 “미군은 기지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급박한 위험이 없었다고 보고 있고, 한국은 전체 인생으로 보면 영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키세의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키세에서 정한 위험 기준을 정확하게 하자는 게 한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만큼 미국이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가 미국과 협의를 해 나간다 해도 반환된 4개 기지에 대해 미측이 같은 이유로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미국이 기지 반환이 결정되면 더이상 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 온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 전 세계에서 미군이 환경 정화 책임을 지고 비용을 부담한 사례가 없다는 점과 10년 가까이 협의가 지지부진했던 점으로 미뤄 미측이 기존 방침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미측이 계속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과거와 같이 우리 정부가 정화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이 협의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측이 환경 정화에 대해 추가 논의를 거부해 왔지만 이번에는 동의했다는 점에서 진전을 보였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 오래 지속돼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많이 늘어난다는 데 미측과의 공감대가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9-12-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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