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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학부모’ 워킹맘/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학부모’ 워킹맘/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19-12-09 21:14
업데이트 2019-12-1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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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면 초ㆍ중ㆍ고교에서 학부모총회가 열리는데 신입생 학부모의 참석률이 높다. 올 3월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부모총회에 갔다가 수업이 끝나 집에 가려는 아들과 복도에서 만났다. 학부모총회가 궁금하다며 함께 전체 학부모총회 장소에 간 아들이 물었다. “어머니총회였어?”

당시 전체 학부모총회에 200명가량이 참석했지만 학부모 아빠는 없었다. 교사의 남녀 성비도 심해 그 설명회장에 남자 교사도 없었다.

전체 총회에 이어 반별로 열리는 총회에서는 앞으로 1년간 있을 자원봉사 명단이 채워진다. 초등학생 등굣길을 돕는 녹색어머니회(일부에서는 ‘녹색학부모회’라 부르기도 한다) 참여 여부, 급식 봉사 등이 여기서 결정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자원봉사 항목은 줄지만, 자원봉사 명단은 3월 총회에서 큰 틀이 짜인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지난 8일 발표한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95%가 퇴사를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위험이 가장 컸던 시기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로 나왔다. 중고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39.8%, 초등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50.5%가 최대 고비를 자신이 학부모가 되는 시기로 꼽은 것이다.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면 자녀한테 미안하지만 퇴근시간까지 맡기는 보육이 가능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맞춤형 보육은 사라진다. 결국 부모의 몫이 늘어나는데 엄마의 ‘독박육아’는 워킹맘이라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통계청이 5년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생활시간조사’가 있다.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관리,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등 가사노동에 맞벌이 남편이 쓰는 시간은 하루 41분이었다. 외벌이 남편의 46분보다 적다. 아내가 돈을 버는데도 가사노동을 외벌이 남편보다 적게 하는 맞벌이 남편의 심리는 뭘까. 맞벌이 남편이 가사노동에 쓴 시간(41분)의 4.5배 이상(3시간 13분)을 맞벌이 아내는 가사노동에 썼다.

KB금융 보고서에서 워킹맘이 일과 가정의 조화(워라밸)를 위해 가정 내에서 필요한 요건 중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것이 ‘배우자의 지원과 이해’(90.8%ㆍ복수 응답)였다. ‘자녀를 돌봐주는 육아도우미’(70.8%), ‘가사일을 도와주는 가사도우미’(66.9%) 등보다 훨씬 높다.

2019년 생활시간조사가 지난 8일 끝나 내년 하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맞벌이·외벌이 남편의 가사노동시간, 맞벌이 남편·아내의 가사노동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날지 궁금하다. ‘독박’이 예상된다면 일하는 여성은 이걸 회피해야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출산정책은 양성평등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2019-12-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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