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입은 엘사는 왜 디즈니 샵에 없을까?

입력 : ㅣ 수정 : 2019-12-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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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줘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
가격은 천차만별…품질은 조악해
여아는 늘 드레스…성 고정관념

‘겨울왕국2’ 스틸

▲ ‘겨울왕국2’ 스틸

1000만 관객 동원을 앞둔 ‘겨울왕국2’ 인기에 주인공 엘사의 드레스를 입고 극장을 찾는 어린 여자 아이들 눈에 띄지만 학부모들은 즐거워하는 아이 모습이 마냥 기쁘지 않다. “2편에서 새로 선보이는 드레스도 또 사줘야하나” 혹은 “공주 놀이에 빠지도록 그냥 둬도 괜찮나”하는 고민에 많은 부모들이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아들 사이에 겨울왕국2 속 엘사 드레스 유행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영화를 보여주기도 전에 드레스부터 알아보고 있다는 유치원생 아버지 김모(43)씨는 “유치원에 한 명이라도 입고 오면 다른 엄마, 아빠들도 다 사줘야 한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는 엘사 드레스 해외 인터넷 쇼핑몰

▲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리고 있는 엘사 드레스
해외 인터넷 쇼핑몰

문제는 드레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가 품질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겨울왕국 1편의 영향력을 맛본 유통업계가 속속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지만 내구성이나 실용성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김모(38)씨는 “사달라고 하도 졸라서 사주긴 하는데 그만한 값어치를 못한다”면서 “엘사 드레스에는 반짝이 장식이 많이 붙어있는데 이게 자꾸 떨어진다. 아이들한테 유해하지 않을지, 안정성이 걱정이다”라고 털어 놨다.

일각에서는 엘사 드레스 유행이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킨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영화를 관람한 김모(28)씨는 “2편에서 엘사가 레깅스를 받쳐 입고 뛰어 다니며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면서 “남성 히어로들처럼 역동적인 액션을 취하는데 결국 아이들을 겨냥해 나오는 상품들은 드레스, 구두, 화장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즈니사가 소녀들에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면 굳이 화려한 드레스, 진한 화장이 필요했을까”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개봉 11일 만인 1일 전국 800만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서울 용산 CGV에서 한 어린이가 영화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 모형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겨울왕국2’는 이번 주 중반쯤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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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개봉 11일 만인 1일 전국 800만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서울 용산 CGV에서 한 어린이가 영화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 모형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겨울왕국2’는 이번 주 중반쯤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화 속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가 운명을 개척하는 진취적 여성들로 묘사됐지만 달라붙는 옷, 긴 머리, 큰 눈 등 디즈니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공주상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각적 효과의 영향을 제일 먼저 받는 아이들은 이런 공주를 모방, 모사하면서 외모 지상주의, 그 안의 위계 등을 배우게 된다”면서 “부모님들이 ‘그 나이에 으레 하는 공주놀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드레스를 입지 않으면 또래에 끼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이모(29)씨는 “이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이들은 2편에 나오는 드레스, 왕관, 신발, 화장품 놀이 장난감 등을 풀 세트로 갖추고 있다”면서 “원격으로 조종되는 인형까지 사서 경쟁하듯 자랑하고 다니더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영화 ‘겨울왕국 2’

▲ 영화 ‘겨울왕국 2’

전문가들은 유아기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엘사 따라하기를 통해 아동들이 상상력, 어휘력, 표현력을 기를 수 있다”면서도 “너무 상품화, 상업화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주놀이에만 치중하도록 어른들이 부추기거나 방치하기보단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고 덧붙였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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