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유혈 진압에 팔레비 왕조 전철 밟나… 야당 “최고 지도자, 쫓겨난 팔레비 국왕 같아”

입력 : ㅣ 수정 : 2019-12-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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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유혈진압에 최소 161명 사망”
야당 지도자 무사비, 가택연금 중 성명
“살인자는 절대권력 가진 최고 지도자”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 옥상에서 군인이 친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바라보고 있다. 친정부 시위는 앞서 지난 15일 유가 50% 기습인상에 반발해 발생한 시위에 맞대응 성격이 짙다.테헤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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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 옥상에서 군인이 친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바라보고 있다. 친정부 시위는 앞서 지난 15일 유가 50% 기습인상에 반발해 발생한 시위에 맞대응 성격이 짙다.테헤란 AP 연합뉴스

이란에서 장기 가택연금 중인 야당 지도자가 최근 시위 유혈 진압과 관련해 최고 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를 쫓겨난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국왕에 비유했다. 유가 기습 인상과 관련해 전국에서 발생한 시위를 이란 당국이 강경하게 진압하는 바람에 보름 새 최소 161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 지도자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77)는 웹사이트 칼레메를 통해 “조국의 상황에 국민이 좌절감을 표출하고 있다. 1978년 9월 국민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과 똑같다”는 성명을 냈다고 AP·로이터통신 등이 1일 보도했다. 그는 또 “1978년 살인자는 비종교적 정권 대표들이었지만 2019년 11월 살인자는 종교적 정부의 대표들”이라며 “당시 최고지휘관은 국왕이었고, 지금 여기는 절대 권력을 가진 최고지도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가택연금 중인 이란 야당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2009년 6월 사진. AP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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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택연금 중인 이란 야당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2009년 6월 사진. AP자료 사진

이에 대해 이란 정부나 국영 미디어에서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무사비는 수년 동안 미디어 노출이 가로막혀 있다.

무사비는 최근 소요 사태를 1978년 9월 수도 테헤란 잘레흐 광장에서 이란 군인이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대규모 사상자를 냈던 ‘검은 금요일’에 비유했다. 당시 유혈 진압으로 최소 89명에서 최대 4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분노한 이란 국민이 이듬해 1월 들고 일어나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국왕 모함마드 레자 샤가 축출됐으며, 추방됐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가 귀국해 정부를 장악, 혁명에 성공하면서 이란은 신정 국가로 탈바꿈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가 2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자원 보안대 요원들과의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 자리에서 최근의 반정부 시위는 미국 등 적국과 연계된 “매우 위험한 음모”라고 규정했다. 테헤란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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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가 2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자원 보안대 요원들과의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 자리에서 최근의 반정부 시위는 미국 등 적국과 연계된 “매우 위험한 음모”라고 규정했다. 테헤란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합의 탈퇴 이후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을 겪는 이란이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유가 50% 인상을 단행하자 지난달 15일부터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민생고 해결을 주장하던 시위는 곧바로 최고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면서 정치적으로 변했다.

이에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는 시위를 “매우 위험한 음모”로 규정했다. 이란 당국은 이번 시위가 망명 중인 지도자 및 이란의 적인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 아라비아와 연계돼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이란 국기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대형 사진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테헤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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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이란 국기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대형 사진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테헤란 AP연합뉴스

이란 당국은 체포되거나 부상 또는 사망한 시위자의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유혈 진압 과정에서 최소 16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신한다. 이란 내무부는 그러나 사망자 수치가 과장됐다면서도 정확한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란 의원들은 7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주장한다.

무사비와 부인 자흐라 라흐나바르드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가택 연금을 당하고 있다. 그의 테헤란 거처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공식 거처와 가깝다. 이란 총리를 지냈던 무사비는 2009년 대선에 나섰지만, 강경파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에 패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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