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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단식 조롱한 ‘폭식투쟁’ 참가자 불기소 처분한 검찰

세월호 단식 조롱한 ‘폭식투쟁’ 참가자 불기소 처분한 검찰

오세진 기자
입력 2019-11-19 10:01
업데이트 2019-11-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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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14년 9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극우 성향 혐오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 등 30여명이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은 거짓”이라면서 초코바를 바닥에 흩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근처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이었다. 서울신문 DB
사진은 2014년 9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극우 성향 혐오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 등 30여명이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은 거짓”이라면서 초코바를 바닥에 흩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근처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이었다. 서울신문 DB
세월호 유족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할 때 근처에서 극우·보수단체가 벌인 ‘폭식 퍼포먼스’에 참가한 사람을 모욕죄로 고소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지만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런 검찰의 판단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19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세월호 가족협의회) 등에 따르면 검찰은 세월호 유족들이 지난 6월 모욕 혐의로 고소한 폭식 퍼포먼스 참가자 A씨에 대해 지난 9월 불기소 처분했다. 또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처분했다.

앞서 극우 성향의 혐오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와 보수단체 자유청년연합 회원 등 100여명은 지난 2014년 9월 6일 세월호 유족들이 시민들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할 때 근처에서 피자와 치킨 등을 주문해 먹는 이른바 ‘폭식 퍼포먼스’을 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들의 행동이 희생자와 유족, 시민들을 조롱하고 모욕한 행위라면서 모욕죄 공소시효(5년)이 만료되기 전인 지난 6월 A씨 등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폭식 퍼포먼스에 참가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고소인을 모욕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한 폭식투쟁 가해자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2019.6.24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한 폭식투쟁 가해자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2019.6.24 연합뉴스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인 지난 9월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무례한 행위를 넘어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참가자들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유족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 직후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곧바로 재정신청을 하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원칙적으로 항고가 기각된 뒤 재정신청이 가능하지만 검사가 공소시효 만료일 30일 전까지 공소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에는 항고를 거치지 않고도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의 법률대리인인 오민애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이것이 경멸적인 뜻을 담고 있다면, 그리고 그 행동이 행해진 장소나 경위 등을 살펴서 충분히 대상을 모욕하는 행위라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말이나 표현이 아니라고 해서 모욕죄가 아니라고는 볼 수 없을 텐데 (검찰로부터) 그렇게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세월호 유족들이 폭식 퍼포먼스 참가자들을 곧바로 고소·고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오민애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족분들 입장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가장 우선이고, 이런 모욕이나 문제되는 발언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쉽지도 않았고, 또 그런 (대응) 과정이 또 한 번 고통을 주기 때문에 나서지 않았는데, 차명진씨 발언을 보면서, 그리고 최근 헝가리에서 유람선 (침몰) 사고가 났을 때 댓글들에서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조롱 대상으로 언급이 되고, 또 희생자·피해자들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이 계속되는 걸 보면서 ‘우리가 계속 가만히 있어서 이렇게 되나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세월호 유족들이) 고소를 결심했고요. 제일 심하게 확인됐던 사안이 폭식투쟁이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강력하게 법적대응을 하자고 생각하고 나서게 됐습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연합뉴스
차명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연합뉴스
여기서 언급된 차명진씨는 전직 국회의원이면서 현재 자유한국당 부천소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로, 지난 4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먹는다”고 막말을 했다.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문제의 글을 삭제하고 사과 글을 올렸지만 유족들은 차명진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오민애 변호사는 “형사사건(차명진씨 명예훼손 혐의 사건)은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고 민사사건도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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