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익산 주민건강영향조사
18년간 주민 99명 중 22명 발병·14명 사망발암물질 연초박 최소 2242t 불법 사용
환경오염 비특이성 질환 관련성 첫 확인
지자체 등 관리부실에 분노… 소송 준비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14일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익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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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14일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최종 발표회에서 “비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다양한 환경오염 피해로 발생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확인한 첫 사례다.
조사는 2017년 4월 주민들이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과 관련해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하면서 이뤄졌다.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공장 설립 이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에게 암이 발생해 이 중 14명이 사망했다. 공장은 2017년 4월 가동 중단됐다.
모의시험 결과 연초박 건조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배출됐다. PAHs·TSNAs 일부 물질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노출 시 폐암, 피부암, 간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가동 중단된 사업장 바닥과 벽면, 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와 마을 주택의 침적 먼지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마을 내 15개 지점에서 침적 먼지를 분석한 결과 5곳에서 TSNAs가 검출된 반면 대조지역(5곳)에서는 검출되지 않아 공장에서 오염물질이 날아가 뿌려진 것으로 추정됐다. 또 공장 가동시기 생육된 소나무 잎(2년생)이 공장 가동중단 이후 생육된 잎(1년생)보다 PAHs 농도가 짙었다.
장점마을의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갑상선을 제외한 모든 암, 간암, 기타 피부암, 담낭 및 담도암, 위암, 유방암, 폐암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에 비해 2∼25배 높았다. 공장 가동 시기에 거주한 기간이 긴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공장이 들어선 2001년부터 저수지의 물고기가 대량 폐사하는 등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 조사 발표로 주민들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피해구제는 개별 신청을 통해 판정한다. 주민들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분노하고 있다. 금강농산이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발암물질을 배출하다 적발된 이력이 있고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금강농산, KT&G, 공장 설립을 허가한 전북도, 관리감독자인 익산시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2019-11-15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