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 가져가면 절도죄 성립될까

입력 : ㅣ 수정 : 2019-11-09 07:38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독일 베를린의 한 슈퍼마켓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사람. AFP 자료사진

▲ 독일 베를린의 한 슈퍼마켓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사람.
AFP 자료사진

독일 여대생 둘이 슈퍼마켓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들을 가방 안에 담았다. 지난해 6월의 일인데 뮌헨 근처 올칭의 에데카 슈퍼마켓에서 못 팔겠다고 판단한 과일, 요거트, 채소 등이었다. 두 사람은 먹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관 둘이 나타나 가방 안의 것들을 다시 쓰레기통에 쏟아붓게 하고 절도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쓰레기통이 슈퍼마켓 소유이니 이들이 그 안의 것들을 처분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지방법원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그리고 바이에른 최고법원은 항소심에서 프란지스카 슈타인(26)과 카롤린 크루거(28)에게 각각 225 유로(약 28만 7300원)의 벌금형을 유예하고 푸드뱅크의 일손을 8시간 거들라고 판결했다. 이에 두 학생은 8일 카를스루헤에 있는 연방헌법재판소에 상고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둘은 음식 쓰레기를 줄여 사회를 이롭게 하려 했다고 항변했다.

그들은 블로그를 통해 바이에른 최고법원의 판결이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 삶을 보호하는 일은 다운그레이드이기 때문에 “멍청한” 짓이라고 개탄했다.

베를린의 비정부 조직인 시민권재단(GFF)은 학생들을 돕겠다며 이런 일이라면 카나비스를 소량 소지하는 것처럼 법정으로 끌고 가선 안되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이어도 도둑은 여전히 도둑이냐는 도덕적 질문을 던졌다. 확대 해석하면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은행들을 털어 가난한 이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로빈후드’가 정당화될 수 있다. 만약 슈퍼마켓이 안 팔린 음식들을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가져가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연방정부 통계를 들어 독일인들이 매년 1200만t의 음식을 버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1800만t으로 본다.

슈퍼마켓이 버리는 음식 양을 줄이고 안 팔린 음식을 자선단체에 전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입법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두 학생의 재판은 그걸로 끝날지도 모른다. 지난 6월 영국의 주요 음식 업체들은 버리는 음식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대중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매년 1020만t의 음식과 음료수, 200억 파운드 상당이 낭비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이미 2016년 2월에 이미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슈퍼마켓이 안 팔린 음식을 자선기관이나 가난하거나 필요로 하는 그룹에 기증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르 피가로는 안 팔린 음식 총량이 2015년 3만 6000t에서 2017년 4만 6000t으로 현격히 늘었다고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