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벌금 1000만원…징역형 집유서 감형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벌금 1000만원…징역형 집유서 감형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9-10-28 15:38
업데이트 2019-10-28 15:3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심 재판부 “동기에 참작할 사정 있어”…의원직 유지

대법 확정시 방송법 위반 처벌 첫 사례
李 “오보에 항의…정당한 직무집행”
2심 “방송 영향 중대…독립 엄격히 보장”
이미지 확대
‘세월호 보도개입’ 항소심 출석하는 이정현 의원
‘세월호 보도개입’ 항소심 출석하는 이정현 의원 이정현 무소속 국회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보도개입’ 관련 방송법 위반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2019.10.28/뉴스1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정현(61·무소속) 의원이 2심에서는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김병수 부장판사)는 28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이 의원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해경이 구조 작업에 전념하도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또 “청와대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런 행위가 종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져 가벌성(처벌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통상 선거법에서는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형사사건은 선거법과는 다르다.
이미지 확대
‘세월호 보도개입 혐의’ 이정현, 2심서 벌금형 감형
‘세월호 보도개입 혐의’ 이정현, 2심서 벌금형 감형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8일 오후 2심 선고를 받고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2심에서 이 의원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2019.10.28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법원 들어서는 이정현 의원
법원 들어서는 이정현 의원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8일 오후 2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10.28 연합뉴스
이 의원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방송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 등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을 위해 제정된 방송법 제4조와 제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의원은 당시 자신의 행동을 두고 “친분이 있는 사이에 오보에 대해 항의한 것이고, 홍보수석의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과 김시곤 국장의 지위와 둘 사이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보면 단순한 항의나 오보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향후 해경을 비난하는 보도를 당분간 자제해달라거나 보도 내용을 교체·수정해달라고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미지 확대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 받은 이정현 의원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 받은 이정현 의원 이정현 무소속 국회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보도개입’ 관련 방송법 위반 항소심 선고 기일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19.10.28/뉴스1
또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해도 방송법에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항소심에서 방송법이 금지한 ‘간섭’ 개념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다른 언론기관과의 평등 원칙에 반해 위헌적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간섭이란 굳이 정의하지 않아도 그 의미와 방송법의 체계에 비춰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용어”라면서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재판부는 “다른 언론매체에 비해 방송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해 그 자유와 독립을 엄격해 보장해야 하고, 방송 보도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비평하거나 정정보도를 요청할 절차적 수단이 마련돼 있다”면서 “이런 점에 비춰보면 방송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
침몰중인 여객선
침몰중인 여객선 16일 오전 8시 58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다 사고로 침몰 중인 6천825t급 여객선 세월호 승객 구조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지난 16일 아침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좌초돼 침몰해 가고 있는 세월호의 모습. 무리한 증축과 부실한 화물 적재 등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진도 연합뉴스
지난 16일 아침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좌초돼 침몰해 가고 있는 세월호의 모습. 무리한 증축과 부실한 화물 적재 등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진도 연합뉴스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6천825t급 청해진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6천825t급 청해진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1심의 형이 다소 무거운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 판단을 유지한 채 벌금형으로 형량을 낮춰줬다.

이 의원은 선고를 받은 뒤 유죄 판단이 유지된 데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