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게 계산된 불협화음… 무대 점령한 악마의 매력

입력 : ㅣ 수정 : 2019-10-2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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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뮤지컬 ‘스위니토드’
뮤지컬 ‘스위니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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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스위니토드’

“뭐였을까, 그의 정체…. 그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게 찢어지는 소리가 고막을 찌르고 지나간다. 무방비 상태인 일부 관객은 놀라 어깨를 움츠리거나 앞자리를 발로 차기도 한다. 3시간(인터미션 20분 포함) 동안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1860년대 산업혁명기 영국 런던 뒷골목과 시궁창, 검붉고 끈적한 피가 낭자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도 불친절하다. 주연 배우 2명이 동시에 저마다의 노래를 쏟아 내거나, 복수의 등장인물이 각자의 호흡으로 노래를 주고받는다. 관객은 불협화음 속에 일부 표현에만 귀를 기울이거나, 가사 파악보다는 노래를 부르는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작품은 시종일관 어둡고 잔인하고 또 불친절하지만,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은 미동조차 없이 극에 빠져들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의 막이 완전히 내려갈 때까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지난 2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현장 분위기다.

극장을 찾은 지난 18일 오후 7시. 공연 시작 1시간 전인데도 1층 로비부터 4층 객석 입구까지 ‘잔혹한 이발사’를 기다리는 인파로 붐볐다. 매표소 가장 왼쪽에는 ‘금일 공연은 전석 매진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작품은 애초 출연배우가 공개되고 티켓 예매 시작 당일 2분 만에 전량 매진되며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캐스팅부터가 ‘역대급’이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조승우·홍광호·박은태가 스위니토드 역을 맡았다. 스위니토드를 사랑하는 억척스럽고 푼수끼 넘치는 러빗 부인 역에는 옥주현·김지현·린아가 캐스팅됐다. 이날 공연 주연은 공연계에서 각각 ‘최고 몸값’으로 알려진 조승우·옥주현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두 배우가 아니더라도 개막 당일부터 매회 매진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자신의 아내를 탐한 터핀 판사의 계략으로 외딴 섬으로 추방된 뒤 15년 만에 런던으로 돌아온 이발사 벤자민 파커가 스위니토드라는 새로운 자아를 갖고, 잔혹한 복수를 펼친다. 이 작품은 폭력성과 배우 이름값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선량한 시민을 잔혹한 살인마로 만든 권력 구조와, 그런 구조에 기생하는 인간 군상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진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함께 세계 뮤지컬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계산된 불협화음은 인물의 심리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9-10-2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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