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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아프니까 ‘참여’하라

청년, 아프니까 ‘참여’하라

홍인기 기자
홍인기, 고혜지 기자
입력 2019-10-15 18:08
업데이트 2019-10-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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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發 세대·계급 갈등 논쟁 ‘점화’

청년단체 “공정” 73회 “정의” 63회
86세대에 배신감… 흙수저들 무력감
교육문제 개선·노동 불평등 등 고민
“정치 참여 조직화… 원내 진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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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 등을 두고 벌어진 ‘조국 대전’이 약 두 달 만에 일단락됐지만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는 크고 무겁다. 특히 청년 세대가 입은 상처가 깊다. 우리 사회가 조국 사태를 딛고 청년들이 살 만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두고 향후 사회적 논쟁이 예상된다.

90년대생으로 상징되는 청년층은 조국 대전을 겪으며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자)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배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의롭다고 믿었던 사회적 멘토(조 전 장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보면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15일 서울신문이 지난 8~9월 각 대학 총학생회 등 청년 중심 단체들이 내놓았던 조 전 장관 관련 입장문 19건의 빈출 단어를 분석해 보니 청년들의 목소리는 ‘공정’(73회), ‘정의’(63회), ‘분노’(44회)로 집중됐다. 서울대·고려대·부산대·경북대 총학생회와 노동단체 청년 전태일이 발표한 입장문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대 집회를 주도한 당시 부총학생회장 김다민씨는 “권력이나 돈, 명예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부와 사회적 지위를 세습해 왔는지 드러났다”며 “계층이 다른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불공평에 문제를 제기하고 공정을 외친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이 말하는 ‘공정’의 핵심은 계층과 상관없이 제공되는 기회를 잡는 과정에서 반칙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계급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교육은 오히려 불평등한 계급을 재생산하는 수단이라는 걸 청년들이 절감했다”고 말했다.

조국 국면은 청년층 내부에 숨어 있던 계급 격차도 적나라하게 확인시켰다. 예컨대 당장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해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노동 전선에 뛰어든 ‘흙수저’ 청년들은 서울 시내 대학생들의 ‘공정’ 외침을 들으며 또 다른 허탈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조 전 장관이 취임 직후 만남을 가졌던 청년 전태일의 김종민 대표는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자녀의 결혼과 출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한국 사회”라면서 “조 전 장관 딸이 촉발한 교육 문제에 대한 개선뿐 아니라 임금과 소득격차를 줄이는 등 노동의 불평등도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계층화된 경제구조는 노동구조와 결부돼 있고 대학입시제도도 이와 연계돼 있다”며 “이를 함께 개선해야 계급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검찰개혁’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조 전 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86세대와 달리 청년들은 이 정부의 이중성에 분노한 것”이라며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는 86세대가 불평등 구조를 해결할 정치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총선에서는 청년들이 원내에 진출해 문제를 스스로 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국회의원을 지내며 느꼈던 무기력과 절망감을 토로하며 “더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정치를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청년이 계급과 공정의 문제를 기성세대에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자발적이고 조직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10-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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