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최저 지지율·등돌린 진보…총선 위기감에 결국 물러난 조국

입력 : ㅣ 수정 : 2019-10-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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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완수한다던 조국, 전격 사퇴 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장관으로 취임한 지 35일 만인 이날 조 장관은 브리핑을 마치고 두 시간쯤 지나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표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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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장관으로 취임한 지 35일 만인 이날 조 장관은 브리핑을 마치고 두 시간쯤 지나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표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4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은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갑작스러웠다. 전날 오후만 하더라도 조 장관은 당정청회의에서 검찰개혁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봐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에서 조 장관의 ‘명예 퇴진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검찰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을 다음달 통과시키는 등 제도적 개혁이 일단락되는 시점에 모양새 좋게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지 이처럼 빠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침묵청와대 여민관에서 1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모두 발언을 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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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청와대 여민관에서 1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모두 발언을 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는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오후 3시로 연기됐다. 조 장관의 사퇴 발표는 오후 2시에 나왔고, 문 대통령은 오후 3시에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후 5시 38분 조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결국 조 장관 사퇴는 전날 밤늦게, 혹은 이날 오전 일찍 당정청 극소수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전날 당정청회의가 끝난 후 청와대에 들어가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의 사의를 확인한 뒤 수용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미리 상의한 게 아니며 조 장관의 결단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급하게 사퇴를 했을까. 총선을 6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조국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중도층의 이반은 물론 진보 진영 내에서도 비판적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여권 내 위기감이 팽배했던 게 결정적이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속히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략 1주일 전부터 문 대통령에게 여러 경로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 40%대가 무너지면 되돌리기 쉽지 않은 만큼 그 전에 결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7∼8일·10∼11일 19세 이상 2502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0% 포인트)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0% 포인트 하락한 35.3%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34.4%로 19대 대선 이후 최소 범위로 좁혀졌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3.0% 포인트 내린 41.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득표율(41.08%)에 수렴된 셈이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아침 라디오에서 지난 7일 동교동계 원로들이 이낙연 총리와 회동할 때 조 장관 퇴진을 충고했다고 밝혔다.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얘기다.
 여론 때문이라면 굳이 이날 사퇴할 필요는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무래도 여러 고민들이 계속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고 발표문에서도 꽤 긴 분량으로 입장이 나와 있는데 가족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굉장히 컸고, 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컸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 장관 가족이 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중대한 혐의가 포착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직 장관이 소환되거나 조사받는 모습은 대통령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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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

 어차피 물러날 것이라면 조 장관이 직접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이날 물러나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제도 개혁안은 일단락 지었고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지지도 임계점까지 끌어올렸다. 패스트트랙 입법화가 유동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시점이 관건이었다”면서 “수사가 매듭지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결정하는 게 청와대의 부담도 덜고 검찰개혁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주변 반포대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이 촛불과 함께 ‘조국수호’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검찰개혁을 촉구했던 서초동 집회는 지난 12일 9차 집회를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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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주변 반포대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이 촛불과 함께 ‘조국수호’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검찰개혁을 촉구했던 서초동 집회는 지난 12일 9차 집회를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을 원칙주의자로만 보는 시각이 있지만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라며 “검찰개혁을 실기해서는 안 되며 흠결로 물러나는 게 아니고 개혁 과제를 일단락 짓고 나가는 모양새를 두고 ‘타이밍’을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9-10-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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