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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암살 1년…돈으로 인권 산 빈살만 세계무대 화려한 복귀

카슈끄지 암살 1년…돈으로 인권 산 빈살만 세계무대 화려한 복귀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19-10-02 14:59
업데이트 2019-10-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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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만에 세계 정상과 어깨 나란히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2018.12.5. 로이터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2018.12.5.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비판적인 칼럼을 썼던 자말 카슈끄지가 사망한 지 1년, 그의 사망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왕가의 막대한 부를 이용해 세계무대에 다시금 복귀했다.

알자지라는 2일 카슈끄지 사망 1주기를 기해 빈살만 왕세자가 어떻게 세계 정상들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는지를 되짚었다.

지난해 10월 2일 워싱턴포스트에서 사우디 왕가와 빈살만 왕세자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썼던 카슈끄지는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왕가의 명령을 받은 암살자들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됐다.

그로부터 불과 몇 주 뒤인 11월 암살 배후로 지목된 빈살만 왕세자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게 외면당했다. 당시 외신들은 기념 촬영에서 귀퉁이에 서있던 왕세자 모습을 보도하며 세계 정상들이 그의 반인권적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실제 프랑스와 캐나다, 영국은 빈살만 왕세자와의 별도 회담에서 카슈끄지 암살을 조사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는 달랐다. 단 1년 만에 빈살만 왕세자는 기념사진 중앙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서게 된 것이다. 사우디는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다보스포럼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사우디에서 열리는 투자 컨퍼런스에는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자레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참석할 예정이다.

국제사면위원회를 포함한 19개 단체는 전날 공동성명에서 “G20 정상회의처럼 커다란 국제행사를 사우디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사우디가 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의미”라면서 “결국 카슈끄지의 죽음이 헛된 죽음으로 남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사우디 당국에 의해) 불법적으로 사라지고, 구금되고, 고문당하고, 처형된 수많은 활동가에겐 남은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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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아르헨티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가운데줄 왼쪽부터)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 이집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세네갈 마키 살 대통령(NEPAD의장국), 칠레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APEC의장국),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아르헨티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가운데줄 왼쪽부터)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 이집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세네갈 마키 살 대통령(NEPAD의장국), 칠레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APEC의장국),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
연합뉴스
베스마 모마니 캐나다 워털루대 정치학 교수는 이에 대해 “세계 정상들이 카슈끄지 암살 사관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자명한 빈살만 왕세자에게 ‘패스’(통과권)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유엔이 빈살만 왕세자가 암살에 관여돼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조속한 조사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빈살만 왕세자는 각국 정상들과 독자적인 정상회담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결국 사우디의 오일머니와 서구권으로부터 수입하는 막대량 양의 무기가 빈살만 왕세자의 성공적인 복귀를 이끈 셈이다. 모마니 교수는 “위구르 주민들을 억압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카슈미르 지역에서 무슬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대해서도 서구권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 정상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민족주의 포퓰리스트 독재 정권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슈끄지 죽음에 대해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국가도 있다. 독일과 덴마크, 핀란드는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금지했으며 미국 의회도 카슈끄지 죽음에 대한 책임을 빈살만 왕세자에게 묻고 있다. 미 의회는 특히 사우디와 예멘과의 전쟁애서 미군의 지원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친사우디인 트럼프 대통령은 비토권을 행사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주말 미 CBS 등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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